KCC가 모든 인수부담 짊어지는 구조…'알짜' 유리사업 차남에게
실적변동성 큰 실리콘 산업 변수, 인수직전이 '호황'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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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그룹이 인적 분할을 시작으로 계열 분리 절차에 돌입했다. 그룹 명운을 건 3조5000억원 규모 모멘티브 인수가 마무리된 만큼,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모멘티브를 포함 실리콘 사업을 맡고, 기존 계열사 중 유리사업 등 알짜부문은 차남인 정몽익 사장에게 이관(KCC글라스)하는 형태로 계열분리가 마무리 될 전망이다.
다만 내달 예정된 주주 총회 승인과 더불어 정몽진·정몽익·정몽열 삼형제 간 지분 교환 및 배당을 통한 현금 확보 등 잔여 과정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모멘티브의 실적이 인수 직전 수준으로 유지되야 형제간 ‘공평한 분배’도 잡음없이 마무리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KCC는 지난 7월 인적분할을 공식화하고 절차에 돌입했다. 공시에 따르면 분할회사인 KCC와 신설회사인 ‘KCC글라스’의 분할 비율은 순자산가치에 따라 약 84% 대 16%로 확정됐다. 내달 13일 주주총회를 거쳐 2020년 1월 1일자로 분할을 마칠 계획이다. 신규회사 KCC글라스는 분할 직후 재상장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분할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KCC의 3대 주주인 국민연금(10.94%)을 비롯한 기타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9.36% 수준인만큼 큰 이변이 없다면 원안대로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적분할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에 신설회사 주식이 비율에 맞춰 분배되기 때문에 비교적 투자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도 수월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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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적분할 후 KCC에는 실리콘, 도료, 소재 사업부 등이 남고, 신설법인인 KCC 글라스에는 유리, 홈씨씨인테리어, 상재 사업부가 편재될 예정이다. 분할 비율에 따라 KCC의 자산은 7조6000억원 수준, 부채는 약 3조원 수준으로 KCC글라스의 자산은 1조원, 부채는 1500억원 수준으로 분배될 전망이다.
장남인 정몽진 회장은 빅딜로 확보한 미국 모멘티브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고, KCC를 통해 보유한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지분 등 대부분 투자자산도 승계하게 될 예정이다. 반면 인수 과정에서 대폭 늘어난 부채 역시 KCC가 전부 떠안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룹의 명운을 걸고 단행한 모멘티브 M&A에 책임을 외형상으론 정몽진 회장이 대부분 책임지는 구조다. 대신 차남인 정몽익 사장은 이에 따라 KCC 내에서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유리사업부를 맡는 동시에 무차입에 가까운 재무구조를 갖춘 신설회사를 운영하게 될 전망이다. 향후 신규 사업에 대한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적 분할 이후 계열 분리를 마무리짓기 위해선 세 형제간 주식 교환 절차도 필요하다. 정몽진 회장은 분할과정에서 확보한 KCC글라스 지분 18.42%를 정몽익 사장에 매각한 후 이 대금으로 KCC 지분 14.08%를 확보해 지배력을 다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반대로 차남인 정몽익 사장은 KCC 지분 8.8%를 넘기고 이를 활용 KCC글라스 지분 30.45%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 주식교환 과정에서 정몽진 사장에 추가로 필요한 자금이 약 1000억원 이상으로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재상장 후 KCC글라스의 지분 가치가 높아질수록 정몽진 회장의 자금 소요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할절차가 끝나면 KCC는 글로벌 2위수준 점유율을 보유한 모멘티브 중심의 실리콘 기업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총 인수 규모만 3조5000억원에 달한 탓에 향후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 등으로 KCC의 주가가 절반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오너일가 삼형제 입장에선 이번 M&A로 계열분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완성된 셈이다.
더불어 정몽진 회장의 장녀 정재림(30)씨도 유사한 시기 KCC 기획전략실 임원(이사대우)으로 입사하면서 향후 승계 과정의 명분으로도 활용하게 됐다. KCC는 "영어에 능통하고 해외 사정에 밝아 이번 딜에서 공로가 컸다" 설명했지만 정작 모멘티브 인수 관계자들은 "공식 협상 등 중요 자리에서 정재림 이사를 본 적은 없다"는 전언이다. 아울러 KCC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이사는 임원직에 오른 채 한달여만인 지난 6월경부터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데 KCC는 이에 "정 이사 개인적으로 AI 등 미래산업 공부를 위해 회사를 휴직한 상태"라는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주주 일가의 깔끔한 분배를 위해서라도 그룹의 핵심 사업부로 떠오른 모멘티브의 순항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형제간 지분교환 과정에서 대규모 현금 지출이 필요한데, 당분간 모멘티브-MOM홀딩스(SPC)-KCC컨소시엄으로의 순차적 배당을 통해 이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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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이후 KCC 회사 차원에서도 재무부담 해소가 시급한 과제다. 무디스·S&P를 비롯한 해외 신용평가사도 경고음을 냈다. S&P는 모멘티브 인수 직후 재무부담을 이유로 KCC의 신용등급을 한차례 강등한 데 이어, 이번 인적분할 결정 이후 또다시 이를 '하향 검토'로 변경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도 존속법인 KCC의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가 2.5배를 초과할 경우를 신용등급 하향 조건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이번 분할로 KCC의 해당 지표는 분할 전 2.1배에서 분할 후 3.2배까지 상승하게 된다.
KCC컨소시엄이 지불한 주식 인수대금은 물론, 2조원 가량의 인수금융에 대한 이자 비용도 대부분 모멘티브를 통한 현금창출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적어도 모멘티브가 현재 실적 수준을 유지해야 제반 비용을 상쇄하고도 현금확보가 가능한 구조다. KCC의 단기차입금은 이번 인수를 통해 지난해 4분기 5643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461억원으로 늘었다. 유안타증권은 순 이자비용에 이번 인수 금융에 대한 이자까지 고려할 경우, KCC 독자적으로 연간 총 522억원을 이자로만 납부해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모멘티브 자체 재무부담도 만만치 않은데다, 실적변동성이 다른 산업군대비 큰 점도 변수다. 모멘티브는 인수 직전인 지난 2018년 기준 영업이익 2400억원, 순이익 820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당시 IT 등 전방산업이 유례 없는 호황기였던 점도 고려해야한다는 평가다. 직전 해만 해도 순이익 수준이 12억원(100만달러) 수준에 그쳤고, 2016년엔 1900억원에 육박한 순손실을 기록했다. 불과 5년 전 파산 절차에 돌입한 전례가 있는 기업인 만큼 적어도 수년간 안정적인 실적이 가능한 점을 투자자들에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 모멘티브가 부진을 겪는 등 최악의 경우 계획했던 분할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KCC 차원에선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등 투자자산을 매각해 일부분 대응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시가가 이전 대비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보니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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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