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업무와 IB업무는 별개…임석정 대표 실패 사례 거론도
유력 인사 X.D양과 친분도 언급…투심위 압박감 견딜 필요도
글로벌 헤드 이규성 대표 한국 찾아 LP들에게 김 대표 소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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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PEF운용사 칼라일(The Carlyle Group)이 김종윤(John Kim·52) 골드만삭스 아시아 M&A대표를 매니징디렉터 및 한국사무소 대표로 영입했다. 전임 이상현 대표의 퇴사이후 1년여 만에 시니어급 인사의 영입을 단행했다.
한국 시장 철수까지 거론됐던 칼라일이 절치부심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정작 경쟁사인 글로벌 PEF들은 위기감을 느끼기보단 미온적인 반응이다. 김 대표가 자본시장 내 ‘명망’있는 인물인 점은 대부분 인정하지만, 한국 M&A시장 내 주도권을 뒤흔들만한 영향이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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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대표의 이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다트머스대학교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2000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상무로 입사해 한국 공동대표 및 IB 대표와 아시아 M&A 대표 등을 역임했다. 약 20년간 IB업계에 근무하며 화려한 트렉레코드를 쌓았다. 비록 중간에 접어야했지만 상징적이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매각,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 등 2010년 전후 M&A시장을 장식한 대표 딜들에 대부분 관여했다.
2012년에는 골드만삭스 파트너에 올랐고 2014년에는 아시아 지역 M&A 대표직을 맡았다. 사실상 이 무렵부턴 홍콩에서 근무하며 한국시장 전반에 관여하기보다 내부 임직원 간 경쟁을 유도해 성과를 독려하는 관리자 업무에 치중해왔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IB업계에선 핵심 인력들의 이탈도 화제가 됐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IB 역량과 글로벌 PEF의 대표로서의 역할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오랜 평가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에서 IB 업무를 전담하며 재계 순위권 기업들과 연을 쌓아왔더라도, PEF업무에서 이를 활용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당장 경쟁사 KKR의 KCFT 거래만 봐도 LS그룹과의 친분이 아니라 오히려 궁지로 몰아 원하는 구조로 딜을 이끌어냈고, 이를 SK그룹에 되팔아 1년만에 3배 차익을 올렸다.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과 친분이 알려졌지만 정작 글로벌 PEF 수장으로는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임석정 당시 CVC 대표의 사례도 또 한번 거론된다.
한 글로벌PEF 종사자는 “근본적으로 IB 자문 수수료는 오너가 직접 지불하는 게 아니라 회삿돈으로 주다보니 오너들과 네트워크를 쌓아두면 부담없이 실적을 키울 수 있었지만, 본인이 직접 거래 발굴은 물론 회수까지 책임져야 하는 PEF 업무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경쟁사 사이에선 칼라일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글로벌 수위권 운용사로서의 체면은 상하지 않은 수준'에서 적합한 인사를 선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에서 성과를 보인 젊은 인력을 파격적으로 올리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다른 글로벌 PEF의 인력을 큰 비용을 지불해 영입해오기도 마땅하지 않았다는 짐작이다.
예를 들어 타 글로벌 PEF 내 주요 인력을 영입하려면 해당 인력이 보유 중인 펀드 지분 가치는 물론 향후 얻을 성과보수 이상의 유인책이 필요하지만, IB인력은 단순 연봉과 별개로 이런 비용 문제에선 자유로울 수 있다. 또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책임자라는 네임밸류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당장 PEF 업계에선 색깔이 보이지 않는 인사(Gray hair)라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과거 칼라일 업무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같은 아시아 하우스 내에서도 중국 내 투자건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때문에 사실 한국업무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었다"라면서 "크게 일을 벌리지도 않으면서, 중요한 딜은 한번쯤 들여다 보라는 게 본사 차원의 지침이었는데 이번 인사를 봐도 솔직히 한국에서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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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종윤 대표의 영입에는 칼라일 아시아대표(Managing Director and Chairman of Carlyle Asia)를 맡고 있는 X.D양(Xiang-Dong Yang·54, 사진 왼쪽)과의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와 김종윤 대표의 이력도 엇비슷하다. X.D 양도 2001년 칼라일 합류 이전까지 골드만삭스에서 9년간 PE부문 아시아 대표(Managing Director and Co-Head of Private Equity Investment Asia ex-Japan)를 지냈다.
X.D양은 칼라일 내에서도 역사상 최고의 거래로 회자되는 중국 3위 보험사 중국태평양보험(CPIC)에 대한 지분 투자 및 회수로 글로벌 스타 매니저로 등극했다. 지난 2013년 회수 당시 차익으로만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거뒀다. 일각에선 최근들어 미중분쟁 등 지정학적 요인 탓에 공격적으로 집행해온 중국 내 투자 건들의 회수가 불안해 이전같지 않은 입지에 놓였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김 대표의 직책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영입의 현실적인 필요성도 거론된다.
어쨌든 칼라일을 비롯한 글로벌 PEF들로서는 한국 시장을 그렇다고 신경을 쓰지 않기도 애매한 상황. ADT캡스와 같은 큰 거래가 한번씩 발생하는데다 아시아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소진할 필요성이 잇어서다.
문제는 한국에서 발생한 거래를 아시아 및 글로벌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통과 또는 승인 시키려면 딜 자체의 '매력도'와 함께 해당 국가 '헤드'의 입김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어쨌든 중량감을 지닌 인사가 한명 정도는 맨 위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달리 말해 딜 소싱등 실무역량이 주요 선임 요소보다는 깐깐하기로 알려진 글로벌 투심위의 무게감을 버텨낼 수 있는 브랜드 네임이 더 중요한 요소였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X.D양의 과거 투자 성과가 독보적인 탓에 적어도 그가 관여한 아시아 투자 건에 대해선 창업주들의 입김이 세다고 알려진 칼라일 내에서도 미국 본사의 개입이 극히 적다는 후문도 나온다. 최근 들어 블랙스톤의 지오영 투자(에드후앙 아시아부문 대표), CVC의 여기어때 투자(시짓 프라세타 아시아부문 대표) 등 그간 한국내에서 힘쓰지 못한 글로벌 PEF들의 본격적인 투자 이면엔 국내 하우스의 역량보단 글로벌 차원의 영향력있는 인사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사례도 보이고 있다.
실제 칼라일이 한국 진출 1세대 PEF라는 타이틀에도 불구, 한국 내에서 활약을 보이진 못해온 덴 보수적인 투심위가 한 몫해왔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ADT캡스 인수 및 지난해 회수 단행 정도가 사실상 유일한 거래로 손꼽힌다. 결과적으로 이번 한국사무소 대표 인사로 어찌됐건 칼라일도 반전의 계기 자체는 마련했을 것이란 평가다.
최근 칼라일 아시아본부 차원이 아닌 본사차원에서도 국내자본시장과 접점을 늘려가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뒷받침한다.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도 올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공동으로 해외 투자자설명회를 갖고, 손태승 우리은행과 만나는 등 한국시장과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아울러 이규성 대표는 이달 한국을 방문해 교원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를 만나 최근 결성에 나선 칼라일 글로벌 파트너스(Carlyle Global Partners, CGP)의 2호 펀드 출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당 펀드를 칼라일 내 주요 펀드로 키우기 위해 한국인 MD를 채용했다고 신임 대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PEF업계에 정통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최근 미·중 분쟁으로 중국 내 투자 건이 불안해지고 일본시장은 미리 진출해놓은 소수의 글로벌 PEF 간 격전으로 신규 진입이 어렵다보니 비단 립서비스 차원을 떠나서 한국시장에 대한 중요도가 커진 상황인 것으로는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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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