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글로벌에서 안진 위상 높아져
반면 삼일은 매출 감소 예상
지정감사제 시행으로 감독당국 권한 더 막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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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이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의 가장 큰 수혜를 얻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굵직한 대기업이 새롭게 감사고객으로 편입되면서 딜로이트 글로벌 내에서 입지도 오히려 커졌다는 평가다.
반면 상당수의 고객을 빼앗긴 삼일은 이를 어떻게 만회할지 고심하고 있다. 지정감사제가 회계법인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보니 각 회계법인 별로 영향분석을 비롯해 대응책 마련에 본격나서고 있다.
22일 주요 회계법인들의 내부 추계에 따르면 현재 주기적 감사제 시행 결과 안진의 감사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200억원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삼일 회계법인은 매출이 전년대비 100억 정도 감소된다. 이들에 비하면 삼정, 한영은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상대적으로 감사수수료를 높게 주는 곳들이 안진에 배정되면서 안진의 매출액 증가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안진회계법인은 내부적으로 이번 결과에 고무되어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글로벌 내에서 입지가 좁아졌지만 삼성전자를 감사고객으로 맞이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이에 딜로이트 글로벌에서도 이번 결과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딜로이트가 회계부정 사태로 안진이 어려움을 겪음에도 안진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있기 때문인데, 이번에 삼성전자 감사를 맡으면서 존재의 이유를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실제 감사업무를 함에 있어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감사를 위한 팀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해외법인 감사를 위해 딜로이트와도 논의해야 한다. 전세계에 해외법인이 퍼져 있다 보니 어느 수준까지 딜로이트가 담당할지를 놓고 삼성전자, 안진, 딜로이트간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부에선 현재의 준비상태로 당장 내년에 감사의견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는 판국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삼성전자 해외법인 회계실사를 PwC가 담당했는데 안진으로 넘어가면서 해외법인도 안진의 글로벌 파트너인 딜로이트가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해외법인 규모가 크다 보니 이를 조정하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이번 지정감사제 결과에 대해서도 다들 생각하는 바가 다르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놓기에는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삼일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40년간 감사를 도맡아 온 삼성전자를 비롯해 KB금융 등 굵직한 감사법인들이 경쟁사에 넘어갔다. 감사부문 매출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재무자문, 컨설팅의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M&A에 나서기를 바라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재무자문 파트너는 “감사법인 교체에 따라 재무자문 고객 변화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각 회계법인들은 감사부문과 재무자문의 손익변화를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회계법인들 사이에서는 지정감사제 영향으로 안진의 수임이 늘어난데 대해 경쟁사들의 삐딱한 시선도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안진은 2017년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묵인 방조한 혐의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1년간 업무정지 제제를 받은 이력이 있다. 이 여파로 기아차, 현대건설, 미래에셋대우 등의 감사고객을 경쟁사에 뺏겼다.
그러나 내년 지정감사제 시행을 앞둔 덕에 기존 고객보다 더 큰 대형 고객사를 맞이하게 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한항공, 현대카드, KCC 등이 새로운 고객으로 거론된다. 이들 모두 업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주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아울러 지정감사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정감사제의 영향이 크다 보니 회계법인들은 금융당국 눈치보기에 바쁜 상황이다. 모든 키는 감독당국이 들고 있는 상황이 되어서다. 지정감사인을 선정하는 방식은 20여개의 회계법인을 세우고 규모가 큰 기업부터 차례로 배정을 하는 방식이다. 즉 각 반에 학생을 배치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감사법인 지정이 이뤄지다 보니 순서에 따라 맡게 되는 클라이언트가 달라진다. 이 때 순서를 정하는 기준을 감독당국이 정하게 된다. 여러 변수에 의해 이 순서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회계법인들은 감독당국 동향에 안테나를 세울 수 밖에 없다.
한 감사부문 파트너는 "게임의 룰을 감독당국이 정한다는 점에서 회계법인은 감독당국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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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2일 15: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