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 독립성 문제로 KB금융 감사 내놓을 듯
수임시 대규모 이익…삼정·안진 경쟁 치열
감사 역량은 비슷…전체 수임 균형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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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정감사제 실시에 따라 KB금융지주 감사법인으로 지정된 한영회계법인이 감사인 자리를 내놓을 전망이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감사보수가 달려있음에도 불구, 독립성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에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이 KB금융 새 감사인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3년간 최대 3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되는데 감사 역량은 물론 전체적인 수임 현황도 감사인 지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2020년 외부감사인 지정회사를 선정해 사전 통지했다. 주기적 지정제에 따라 6개 사업연도 연속 자유선임한 상장사 등은 다음 3개 사업연도는 감사인을 지정받아야 한다. 금융지주 중에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지정 대상으로 각각 한영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이 감사인으로 정해졌다.
기업과 감사인은 사전 통지를 받은 후 2주 안에 재지정 요청을 할 수 있는데, 삼일회계법인은 신한금융 감사인 지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한영회계법인은 내부 회의 끝에 KB금융 감사인 자리를 맡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KB금융과도 협의를 거쳐 금융감독원에 재지정 요청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금융지주의 감사인은 감사 및 부수 용역 업무 등으로 매년 80억원에서 100억원의 보수를 기대할 수 있다. 3년간 감사업무를 맡으면 240억~300억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게 된다. 최근엔 감사보수도 올라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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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회계법인이 막대한 수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독립성 문제다.
지정감사인은 공인회계사법상 직무제한이나 독립성 훼손 사유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비감사용역을 맡고 있거나, 재무적으로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감사인을 맡을 수 없다. KB금융은 미국에 상장돼 있어 감사 문제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한영회계법인은 2017년 KB손해보험의 IFRS17(국제회계기준) 솔루션 구축 프로젝트 컨설팅사, KB캐피탈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관리(PMO) 사업자로 선정돼 현재까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정감사제 시행이 오래 전부터 예고됐었기 때문에 한영회계법인도 KB금융 감사 업무를 맡을 가능성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비감사업무 종료가 늦어지며 대어를 놓치게 됐다. IFRS17 업무는 100억원, PMO 업무는 200억원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KB금융의 감사인 자리는 다른 대형 회계법인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비감사업무가 훨씬 많은 산업은행의 경우 빅4 회계법인이 서로 미룬 끝에 로컬 회계법인이 감사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 민간금융그룹은 대형 회계법인 외엔 맡기기 어렵다는 평가다. 4대 법인이 4대 금융지주를 나눠 맡는 구도가 이어져왔다.
삼일회계법인은 경쟁 구도에서 빠질 전망이다. 이미 신한금융을 맡기로 한 상황에서 라이벌인 KB금융까지 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KB금융 감사인의 행선지는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계법인은 KB금융 감사인 자리를 따내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안진회계법인은 삼성전자의 감사인으로 선정된 데 이어 KB금융 감사인까지 맡게 되면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그늘을 완전히 벗게 된다. 다만 굵직한 고객들이 몰리면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기는 빠듯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정회계법인도 KB금융 감사인 수임을 기대하는 눈치다. 신한금융이 다른 곳으로 가기 때문에 KB금융으로 빈 곳을 채워야 한다. 금융지주 고객을 한 곳도 맡지 못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들 회계법인이 KB금융 감사업무를 맡기 위해선 미리 독립성 문제를 정리해둬야 한다. 감사를 맡을 파트너와 회계사들은 KB국민은행으로 받은 대출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할 수 있다.
역량이 비슷한 곳이다보니 감사인 지정에 전체적인 수임 균형도 고려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대형 회계법인 감사부문 파트너는 “삼정회계법인은 물론 안진회계법인도 KB금융 감사인 자리를 높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수임 현황도 고려될 수 있기 때문에 두 회계법인은 일부 돈이 되지 않는 감사 자리를 내놓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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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