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 실적 꺾이면 KCC 타격…승자는 SJL파트너스 뿐?
20년 측근 박기찬 부대표 이탈…임석정 회장과 갈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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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L파트너스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 투자 포트폴리오인 모멘티브는 벌써부터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석정 회장이 IB뱅커로서 자존심을 걸고 성사시킨 거래가 KCC그룹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여서 자칫 사모펀드로서는 평판 위험이 우려된다.
최근엔 핵심 인력까지 자리를 비우며 어수선한 모습이다. 여느 사모펀드 운용사와 마찬가지로 성과 분배 문제에서도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시장에는 알려져 있다. JP모건처럼 큰 조직이 아니다 보니 임석정 회장을 견제할 장치가 없었고 내부 직원간의 갈등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주선 교체에 우발채무까지…잡음 많았던 모멘티브 M&A
SJL파트너스와 KCC, 원익그룹 컨소시엄의 모멘티브 M&A는 3조원이 넘는 규모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거래 초기엔 조단위 차입금 전액에 대해 KCC가 지급보증하는 안이 검토됐다. SJL파트너스 지분율만큼의 위험까지 KCC가 지는 셈인데 그룹 고위층에서 난색을 표했다. 결국 지분율 대로 차입금 절반(8억3900만달러)에 대해서만 지급보증하기로 정해졌다.
모멘티브 차입 협상은 올해 들어 다시 덜컹였다. SJL파트너스가 다른 금융사가 제시한 조건을 들어 주선사인 신한은행에 더 나은 조건을 요구했고, 이에 반발한 신한은행이 발을 뺐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투자업계서는 출자확약서(LOC)를 끊었다가 발을 뺀 경우는 처음 아니냐는 평이 오갔다.
올해 4월엔 1000억원대 우발채무 문제가 불거졌다. SJL파트너스와 회사는 예견하고 있었다지만, 핵심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SJL파트너스에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종결도 예정보다 늦어진 5월에야 이뤄졌다.
벌써 실적 전망 불투명…악화 시 KCC 재무구조 흔들
SJ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특수목적회사(SPC, MOM Holding Company)를 통해 모멘티브를 거느리는데, KCC 연결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PC는 41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KCC는 SPC에 6358억원을 출자했는데, 6월말 이 지분의 장부가치는 6096억원으로 평가했다. 인수 한 달여만에 손실을 기록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KCC는 시장의 문의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모멘티브의 사업이 꺾였다기 보다는 회계기분 변경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M&A 비용과 미중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모멘티브가 앞으로도 꾸준한 실적을 낼지는 미지수다. 모멘티브는 지난해 4억달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는데, 절반을 유기실리콘(Formulated & Basic Silicones) 부문에서 냈다. 2018년의 전방산업 호황 덕을 봤다. 2017년 이 부문의 EBITDA는 1억500만달러다. 모멘티브 M&A는 EBITDA 대비 4배 수준에 맞춰 차입금(Debt)을 일으켰다. 실리콘 부문 실적이 1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배수는 5배 중반으로 치솟는다.
몇 해 전엔 국내 대기업에 모멘티브 인수 제안이 전해졌는데 이 기업은 실사 후 ‘인수하기 어렵다’고 보고 인수 검토조차 거절했다. 이후 중국으로의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자 KCC 등이 급하게 인수한 것 아닌가라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당시 미-중 관계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감안하면 중국 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았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결국 글로벌 혹은 다른 국내 대기업이 소화하지 않는 매물을 KCC가 인수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따져보면 KCC는 그룹의 재무 역량을 총동원해 모멘티브를 품에 안았다. 모멘티브가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이 약해지면 곧바로 재무 상황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현재 진행중인 계열 분리 및 향후 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적 유지가 필수다.
이는 SJL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모멘티브 M&A가 단순히 정몽진 KCC 회장과 임석정 회장의 친분 관계에만 기댄 거래가 아니라는 평가가 필요하다. 자칫 모멘티브 실적이 회복되지 못하면 KCC가 흔들리고 SJL파트너스가 투자 포트폴리오 확보를 위해 KCC를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작 모멘티브의 실적이 꺾여도 재무적투자자(FI)인 SJL파트너스가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뱅커 출신 PE’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20년 측근도 이탈…성과보수 배분 문제 등 거론돼
내부 조직의 균열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박기찬 부대표가 최근 회사를 떠났다. 박 부대표는 JP모건 시절부터 임석정 회장과 20년간 관계를 이어온 측근이다. 임 회장이 오너와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거래를 따오면 박 부대표가 실무를 하는 식이었다. 박 부대표가 JP모건을 떠난 후 자리를 잡은 곳도 SJL파트너스다.
이런 배경 때문에 박 부대표의 이탈에 시장의 관심이 모였다. 놀라는 반응보다는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위기가 많다.
임석정 회장과 박기찬 부대표가 함께 한 시간은 20년이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선적이면서 직원들을 끊임없이 독려하 는 것으로 알려진 임 회장과 성격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박 부대표가 JP모건을 떠날 때 다른 IB 하우스에선 ‘모질지 못해 나가게 됐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런 관계는 SJL파트너스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더 악화했던 것으로 시장에는 전해진다. JP모건이나 CVC캐피탈 등 전 직장은 임석정 회장을 제어할 내부 규준이 있었지만, SJL파트너스는 임석정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 회사다. 박 부대표는 직함상 ‘파트너’일뿐 실제론 지분을 가지지 못했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성과 보수 문제에서도 내부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건의 성공적인 투자가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사무실 내부 인테리어 등을 제외하고는 사내 다른 임원들에 대한 성과 제공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모멘티브는 실적이 다소 줄더라도 기업공개(IPO)나 SJL파트너스의 회수에는 큰 영향이 없다. 이에 따라 모멘티브 거래의 핵심인력인 박기찬 부대표가 몇 년만 버티면 성과보수를 기대할 수 있는데 왜 나갔느냐는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보수를 나눠 받을 것이란 기대치가 크지 않다는 반증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모멘티브 펀드 결성 때도 임석정 회장이 성과보수율 등을 고집하면서 일부 기관들이 출자에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JP모건에선 그래도 조직 내부 기준에 따라 최저 수준의 보수를 나눠줬지만 SJL파트너스는 개인 회사다 보니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박 부대표도 PE에서는 IB에서 주어진 일을 할 때와는 달리 독해져야 하지만 성향상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한 상황은 다른 파트너인 태효섭 부대표도 비슷하다. CVC라는 큰 그늘을 떠나 왔고, 지분도 없다. 이 때문에 독립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태 부대표는 SJL파트너스 합류 직전에도 1000억원대 프로젝트펀드 투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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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