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핸드북 통해 올바른 거버넌스 가이드라인 제시
금융권 "또다른 이름의 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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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금융사고에 금융감독원이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영업점 제재조치 만으론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이사회를 통해 CEO 인사 개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벌써부터 금융권에서 또다른 형태의 ‘관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3일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지주별 사외이사 대표 10명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핸드북’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이사회 역할을 강조했다.
이사회 핸드북에는 CEO 선임절차, 경영승계 계획,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에 대한 선진국 사례와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이사회 역할로는 CEO 임기만료 전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고 후보군을 미리 선정하고, 실질적 CEO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파생결합상품 불완전판매 등으로 불거진 소비자보호 문제가 금융지주사 거버넌스 이슈로 옮겨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사에서 발생하는 모럴해저드를 해소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금융사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문제가 제일 우선적인 사항이었다면 앞으론 금융지주사 거버넌스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CEO 인사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미 지난 2월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2월 김동성 금융감독원 부위원장보가 함영주 하나은행장 선출을 앞두고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과 면담을 가진적이 있다. 당시 김 부위원장보는 함영주 행장이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된 점 등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우회적으로 함 행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의사를 전한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관치’논란을 피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통상 금융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금감원으로 부르는게 통상의 관례지만 당시에는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은행연합회에서 만났다. 만남이 강제적으로 비춰지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배려였다. 이 관계자는 “관치논란을 피하기 위해 장소 선정부터 세심하게 배려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관치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에선 특정 개인이 아닌 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경고했을 뿐이라며 관치가 아니라 주장하지만, 금융권에선 사실상 금감원이 함 행장 낙마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이번에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을 만난 것도 이와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금융지주 거버넌스 개선이란 명분을 내세워 금융사 CEO 인사에 금감원이 개입한다는 우려다. 사외이사들을 통해 이사회를 압박함으로써 금융지주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이를 들어 ‘신(新) 관치’란 표현도 하고 있다. 이번 정부들어서면서 금융에 핵심 아젠다는 ‘관치’ 철폐였다. 현 정부가 금융사 인사 개입 등을 관치로 규정하면서 금감원의 행동반경이 크게 줄어들었다. 행여 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킬까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외이사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금융지주 이사회에 개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지주 회장 거수기에 불가했던 이사회의 제대로 된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CEO 인사 등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거버넌스 변화를 시도하는 데 있어서 금융사들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라며 “금융권에선 벌써부터 이전보다 강한 관치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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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28일 15: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