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채권' 시장 커질듯… 제도 미흡 등 아직 '반신반의'
올해比 규모는 감소 예상…우량등급 기업 순발행 유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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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과 신용도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회사채 시장은 비우량 기업들 발행이 줄고 우량등급의 '빅이슈어' 위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은 어려워진 조달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ESG 채권 등 발행 루트 다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홍콩 시위 격화 등 전 세계적으로 높은 변동성이 계속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외부 영향으로 통화 완화정책 의도와 반대로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금리까지 상승했다.
높은 금리 변동성은 회사채 시장 투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항공(BBB+)의 경우 7월과 10월 회사채 발행에서 모두 수요가 미달했다. 10월엔 고정금리 카드까지 꺼냈지만 시장금리가 점점 상승하면서 시장 투심 저하를 불렀다. 불안한 업황과 회사의 전략에 따른 재무 상황 우려도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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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기업들의 어닝 쇼크 등 불확실성 확대로 채권시장 투자자의 반응 속도도 이전보다 빨라졌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급변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다보니 올 하반기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채권시장 변동성 자체가 매우 커졌다”며 “몇 달 전만 해도 하위등급 채권에도 많이 투자하는 분위기였다가 금방 다시 투심이 식고, 이슈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채권 투심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조달 다변화 노력에 ‘ESG채권’ 활성화…제도 미흡 등 우려도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업들도 루트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ESG 채권’이 국내에서도 활성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ESG 채권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ety)·지배구조(Governance)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2016년 ESG채권 발행물량은 1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월 기준 12조원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발행된 금액 합산을 넘는 수치다. 발행 증가 등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자산운용사 등도 채권 운용에 ESG 항목 반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내년부터는 민간기업의 ESG 채권 발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6년까지 10대그룹 계열사 중 현대캐피탈이 유일하게 ESG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부터는 롯데, LG, 포스코, SK, GS 등 대기업들도 ESG 채권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올해 9월 SK에너지는 5000억원, 10월 GS칼텍스도 13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우려도 나온다. 해당 자금 사용처의 ESG 적합성 여부 판단을 위한 자료나 지표가 부족하고, 투자 후 성과 측정도 모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LG화학이 올해 4월 15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면서 명시한 자금 사용처는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 공급 투자’다. 직전달인 3월 발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의 목적은 ‘전지 셀라인 및 전극라인 증설’이다. 사실상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이름만 바꿔’ 나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적인 미흡점이 아직 있고, 조달자금이 해당 목적으로 실제로 쓰이는 지를 기업의 공시 말고는 추적하기 어려워 시장에서는 아직 반신반의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는 ESG를 달고 나오지 않으면 안 팔리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여 이전 공사채나 금융채 중심에서 민간기업 회사채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ESG 채권이라고 해도 성과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 ‘맏형’인 국민연금이 운용 지침까지 바꿔가면서 ESG 투자를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연기금이나 운용사들은 일단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늘리는 ‘빅 이슈어’는 발행 늘릴 듯…소비재 기업도 주목
국내 기업들의 실적 하향세와 이로 인한 신용도 불안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상위 등급의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여전히 순발행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내년 국내 회사채 순발행 규모가 1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올해 순발행 규모는 17조원에 달한다. 올해는 비우량 기업의 발행이 많았지만, 내년에는 해당 기업들의 발행은 다소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업들은 10~20년 단위로 장기 투자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는 꺼리는 분위기다. 업황이 빠르게 변하고, 실적 변동성이 크다 보니 장기 투자 대신 인수합병(M&A)을 통해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자금이 많이 필요한 M&A를 추진하려면 회사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SK는 내년에도 ‘빅이슈어’ 자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4조6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고 반도체, IT, 정유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경기에 민감하다 보니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726억원으로 1년 새 92.7%감소했다. 반도체 시황이 좋았던 전년 동기에는 6조47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나, 계열사별 투자를 늘리는 GS그룹 등도 주목받고 있다. 업황 변화로 투자가 필요한 소비재·유통 기업들도 발행을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의 경우 미래 먹거리 고민이 큰 만큼 투자를 계속 해야해서 자금 조달을 해야 하고 투자를 계속 해야하는 CJ나 신세계 등도 발행을 늘릴 것으로 본다”며 “실적 하향세를 보이더라도 대기업들은 신용등급이 높아 조달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 금리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보니 일단 저금리 때 유동성을 확보하자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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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