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저탄소’ GTX-A 사업에 활용 가능성
자금 활용 따른 평판 위험…기업 고민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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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사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그린본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조달 자금의 사용처도 다변화하고 있다. 작게는 친환경 차량 대출 용도에서부터 크게는 GTX 같은 대형 인프라사업까지 다양하다. 그린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적합한 곳에 활용하지 못하면 발행사의 신뢰도가 깎일 수 있어 앞으로도 활용처에 대한 고민은 늘 전망이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채권이다. 우리나라에선 2013년 수출입은행이 처음으로 발행했다. 이후 발행은 잠시 주춤했다가 작년부터 급격히 늘고 있다. 외화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자들이 환경 보호 문제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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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조달 자금을 대체로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사업에 투입한다.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한화그룹 해외 계열사는 태양광 발전사업,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관련 사업에 돈을 쏟는 식이다.
올해는 자금 활용처가 더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4월 30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했는데 작년 1~8월 동안 제공된 친환경 자동차 신차 할부 및 대출에 배분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수소전기차 등 1만4000여대가 대상이다. 저공해 차량 지원은 기후변화 대응 목적에 부합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5억유로(약 6500억원) 규모 그린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친환경 관련 사업지원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수주한 GTX-A 사업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7월 5억달러 규모 지속가능(ESG)채권을 발행하며 '에코(ECO) 트랜스포메이션 2020'의 추진을 위해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GTX 사업은 구상 초기부터 ‘저탄소 그린열차’를 표방했다. 철도 개발은 승용차 대비 탄소배출량과 에너지소비량이 극히 미미해 친환경 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GTX-A 사업에서 신한금융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이번에 조달자금 중 상당 부분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GTX-A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니 ESG채권 발행 자금을 쓸 수 있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GTX-A에 쓰인다면 주변 환경 개선이나 그 연관 사업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지난 7월 5억유로 그린본드를 발행하며 신재생 에너지 및 친환경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업에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도 인프라 사업이나 에너지를 적게 쓰는 그린빌딩 등 다양한 활용처에 쓰일 수 있다.
갈수록 자금조달 자체에만 목적이 있는 회사채는 시장의 관심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린본드와 같은 특수목적채권 발행 수요는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본드는 별도의 법적 규정이나 자금 집행에 대한 감독도 뒤따르지 않는다. 민간의 자율에 맡겨진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발행자에 아무런 부담이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결국 만기에 상환해야 하는 채권이기 때문에 발행자의 재무 역량과 신용도가 중요하다. 발행 1년 이후부터는 매년 자금 활용 상황에 대해 투자자에게 밝혀야 한다. 적어도 펀드 만기 안에는 적합한 용도에 자금을 다 소진할 필요가 있다.
발행사가 아무 사업에나 ‘친환경’ 성격을 부여할 수는 없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평가사 서스테널리틱스(Sustainalytics)로부터 발행 계획 및 자금 집행에 대한 적격 의견을 받아야 한다. 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신뢰도 하락을 피하기 어렵고, 향후 조달에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한 투자은행 캐피탈마켓 담당 임원은 “증권사들이 발행 전단계부터 자금 활용 계획 수립에 관여하지만 이후 실행은 발행사의 몫”이라며 “그린본드를 발행해놓고 적합한 곳에 자금을 쓰지 못한 경우 시장에서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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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