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투자 증가...대다수 '부정적'
자동차·유통·항공·철강·디스플레이 위험 취약
"내년 우호적 전망 업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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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적 부진 속에 투자는 늘어나면서 신용도 전반에 부정적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내년에 우호적인 전망을 지닌 업종도 없다는 평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는 19일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내년 국내 기업 신용 전망을 발표했다.
무디스는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부진한 실적 및 일부 기업의 투자 증가로 2020년 한국 기업의 신용 여건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의 수익성은 경제 여건 둔화로 2019년 대비 개선이 소폭에 그쳐 2020년에도 부진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속적인 무역 갈등 또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현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24개 비금융기업 중 14개 기업의 전망이 ‘부정적’이다. 경제 여건이 둔화된 가운데 재무적 완충력 축소 및 대규모 투자 등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무디스는 내년 전자, 화학 업종 등이 관련 리스크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 제조업체 등 일부 기업들에 상당한 자금 조달 수요가 있어 올해 급격한 레버리지가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와 철강, 화학 등 경기 둔화 영향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업종의 일부 기업들이 2018년 이후로 공격적 투자와 기업 인수를 해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배터리 업체, 정유사, 반도체 회사들이 호황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를 해온 점이 부정적 전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업종은 올해 일시적 지출이 있었지만 내년에는 반복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최근 출시한 신차 모멘텀으로 인해 수익성 제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반도체 업종은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수익성 개선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는 여전히 불확실하나 메모리칩 회사들의 투자 규모가 내년에는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 업종은 올해 정제마진이 지나치게 악화했기 때문에 내년에 정상화가 이뤄지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신평은 국내 기업들이 2018년에는 신용등급 상향과 하향이 균형을 이뤘지만, 2019년에는 하향 기조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직접적으로는 기업의 실적 부진과 재무 건전성 저하가, 이면에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수출 부진과 정체된 내수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한 기업 부담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유건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내년 대다수의 국내 업종이 유의미한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2020년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추세는 내년에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며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고, 장기화된 미국 무역분쟁 여파 등 외부적 영향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긍정적 전망인 업종은 없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신평은 특히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맞으면서 투자 증가에 따른 수익성 부담이 큰 자동차나 유통업 ▲최근 공급이 급증하고 있으나 수요가 정체하고 있는 항공업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내 수요가 부진한 철강업 ▲LCD산업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어 대응이 필요한 디스플레이 업종이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나 조선 업종은 내년 상반기부터 회복세에 올라 하반기에 전망이 변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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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9일 11: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