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PBR 0.6배인데 롯데카드 0.7배 넘겨 인수
업권 성장성 떨어지는데 단독으로 펼칠 전략 쉽지않아
성장성도 롯데 의존 불가피? 우리은행 '도움'될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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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인수는 어피너티의 현대카드 투자에 이은 대형 사모펀드(PEF)의 전업계 신용카드사 투자에 해당된다. 비록 두 건의 투자 형태는 다르지만 MBK와 어피너티가 규모ㆍ지위ㆍ투자자(LP) 및 활동범위 면에서 그간 경쟁관계로 분류된터라 이번 투자결과도 추후 비교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일단 MBK파트너스는 후한 값을 주고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전체 인수 지분은 79.83%로 거래 금액은 1조3810억원이다. 지분 100% 가치는 1조7300억원인데, 상반기 자본총계(2조3975억원) 대비로는 0.7배 이상의 가치를 매겼다.
상대적으로 높은 배수에 해당된다. 업계 2위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배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매각을 완료한 롯데그룹은 만족한 분위기다. ‘팔아야 하니 파는 것’인데 가격까지 만족스러웠다는 이유에서다. 거래 완료 후 황각규 부회장과 매각 자문단은 저녁 자리를 겸한 축하 자리를 가졌는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예상과 다른 롯데카드 몸값 상승은 막판 인수 경쟁이 격화한 영향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양질의 고객 데이터의 가치에 대한 가산점도 거론된다. 어쨌든 유통공룡 '롯데'라는 브랜드에 기인해 다른 카드사보다 광범위하고 세분화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활용 범위도 넓다. 간편결제 서비스와의 융합, 홈플러스와 연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거래 관계자는 “다른 카드사의 경우 데이터는 많지만 디테일이 떨어지는 반면 롯데카드는 그룹 계열사 이용 실적을 통해 세부적인 품목까지 파악할 수 있다”며 “데이터가 이번 거래의 핵심이기 때문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대로라면 롯데카드 성장엔 롯데그룹의 '협조'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롯데멤버스를 통해 관리되는 고객 정보 활용, 그룹 계열사의 혜택 등이 유지돼야 한다.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지만 이 조건만으로 충분한 지원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회사 경영ㆍ인사관리 등 각종 부문에서 롯데그룹에 신경을 쓰거나 눈치를 봐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인수과정에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가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등에 장기간 일감을 보장하기로 하는 조건도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자칫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경영권을 인수하고도 롯데에 계속 끌려다녀야 하거나 자기만의 전략을 펼치고 독자적인 색채를 입히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MBK파트너스의 성공 투자사례로 꼽히는 ING생명보험(오렌지생명)과는 상황이 특히 다르다.
당시에는 인수 초기부터 관리에 역량을 집중했고 비용절감을 이뤄냈으며 독자적으로 인사권까지 활용했다. 그리고 '신한지주' vs 'KB지주'라는 대결구도를 활용해 경영권 매각의 기틀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의 지원사격 혹은 간접적인 경영참여가 이어진다면 ING생명의 성공 방정식을 이번에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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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황만 놓고봐도 규제가 많은 산업인데다 카드 이용액 규모도 언제까지 성장할지 점치기 어렵다.
일단 MBK파트너스는 카드산업 자체의 성장성도 밝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간 카드사용액이 매년 10% 가까이 성장했고, 앞으로도 7~8%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영역을 넓혀가는 간편결제 서비스도 대부분 신용카드에 기반하기 때문에 카드도 함께 수혜를 볼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런 전망에 부정적이다. 일단 이용 금액이야 당연히 성장하겠지만 가맹 수수료 인하 등 규제 변수가 많아 '수익'으로 온전히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갈수록 카드를 활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 국면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모든 면에서 신용카드업은 현재 '사양국면'으로 취급받는 산업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카드업 성장 정체 속에서 롯데카드만 혼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은 비용을 절감하고 카드 이용액 증가에 맞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그룹과의 불가피한 공생, 그리고 불투명한 성장 전망 두 가지 요소를 감안하면 MBK파트너스가 회수 시점을 아주 늦추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회수 시기에 얼마만큼 기업가치 개선이 이뤄질 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그 때 업계 평균 만큼의 성장과 수익성을 보이고, 데이터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다면 통용되는 수준 이상의 값을 받아들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정책 기조가 짧게는 3년마다 바뀌는 금융그룹들의 상황을 감안하면 회수 때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매각이 아닌, 독자적으로 상장(IPO)에 나선다면 삼성카드라는 확실한 벤치마크를 넘어서긴 쉽지 않다
가뜩이나 성장 스토리를 찾기 힘든데 할인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카드는 눈높이를 크게 낮춰야 상장에 성공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롯데카드든 현대카드든 사모펀드의 ‘진입 가격’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담은 경영권 M&A를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과점 체제인 카드 시장을 감안하면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올라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경쟁제한성 때문에 수위권 업체로의 매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의치 않아 지분을 블록세일 등으로 쪼개 팔아야 한다면 기대 수익률은 더 낮아지게 된다.
한 투자은행(IB) 자본시장 담당 임원은 “투자자들이 롯데카드나 현대카드 주식을 삼성카드보다 높은 가치에 인수하겠느냐”며 “카드업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면 삼성카드 주가가 오르길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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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에 우리은행이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는 점은 그나마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우리은행은 FI로 나서 롯데카드 지분 20%를 가져갔다. 두 회사의 주주간 계약은 간소하다. 서로를 구속할 옵션이 없고, 롯데카드를 제3자에 매각하는 길도 열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롯데카드의 다음 행선지로는 우리금융그룹이 첫 손에 꼽힌다. 은행이 아니라도 지주 차원에서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다만 이런 교감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우리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상황이 수년뒤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부터 미지수다.
그나마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이다. 동일한 PBR 적용시 우리금융이 통합 카드사의 1대주주가 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불확실성은 남는다.
두 회사의 체급이 지금과 유사하게 유지돼야 한다. 합병 후 2대주주 MBK파트너스의 회수 고민도 원점으로 돌아간다. IPO는 가치평가 문제가 남고, 향후 완전자회사화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분을 그냥 받아오려면 MBK파트너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롯데그룹이 새로운 거래 상대방에 얼마만큼 편의를 봐줄 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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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