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간 격차 줄고 3위 싸움 치열
한영, 외형성장 이후 내실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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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 시행으로 4대 회계법인간 지형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정감사제 시행으로 감사고객의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달라진 영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회계법인간 눈치싸움도 치열해졌다.
그간 4대 회계법인들은 여러 이슈들이 터지면서 부침을 겪었다. 이로 인해 2010년 초반만 하더라도 ‘1강 2중 1약’의 구도를 보이던 경쟁구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삼일이 큰 변화없이 1위를 유지하는 사이, 삼정이 삼일의 뒤를 바짝 추격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여파로 안진이 주춤거린 사이 한영이 안진을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 임기 중인 각 대표이사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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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2013년 이후 과거5년간 4대 회계법인 실적은 안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뤄냈다. 각 회계법인들이 내는 자료에는 컨설팅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수치의 변화가 있어서 정확한 분석은 힘들지만, 큰 흐름 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
외형상 성장세가 가장 큰 곳은 한영이다. 2013년~2018년 지난 5년간 영업수익을 비교할 때 한영의 영업수익 성장률은 227%에 달했다. 2013년 1481억원이었던 영업수익이 5년뒤 3361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안진이 주춤거린 사이, 한영이 지난해 안진의 영업수익을 뛰어넘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다.
한영-안진 두 회사 실적을 비교해보면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안진이 영업수익에서 한영보다 약 1000억원 더 많았다. 하지만 2017년 대우조선해양사태에 따른 영업금지 조치로 안진은 감사고객 신규수주가 어려워지면서 두 회사의 영업수익에 역전이 일어났다. 2017년에는 안진이 2919억원, 한영이 2654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으나, 2018년에는 안진이 3247억원, 한영이 3361억원의 영업수익을 내며 안진의 영업수익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분식회계 사태만으로 한영의 약진을 설명하긴 힘들다. 2015년 서진석 대표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외형확장에 나선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삼일 등에서 핵심 파트너를 웃돈을 주고 영입했다. 이에 따른 내부적인 갈등도 유발됐지만, 결과적으로 놓고보면 안진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다만 업계 내에선 한영이 외형성장을 이룬 만큼 내실도 다졌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입증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한영이 최근 몇 년 사이 두 배 이상 매출을 늘리면서 성장한 데에는 서진석 대표의 과감한 인재영입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 우려, 그리고 커진 만큼 얼마나 내실을 다지느냐가 앞으로 임기 동안 서 대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진은 전임 함종호 대표(2014~2017)ㆍ이정희 대표(2017~2019) 시절 여러 외부 악재가 겹쳤다. 2017년에는 4대 회계법인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수익이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정감사제 시행으로 그간 떨어졌던 매출을 일정부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외부감사법인으로 선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올해 새로 취임한 홍종성 대표에게는 전임 대표들 시절 떨어진 매출을 올리고,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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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과 한영 간의 3위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삼일과 삼정은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1, 2위 격차가 줄어들었다.
삼정의 약진이 뚜렷해졌다. 삼정은 2014년만하더라도 안진보다도 영업수익이 적었다. 2014년에는 양측 영업수익이 안진이 2921억원, 삼정이 2759억원을 기록하며 되레 안진에 뒤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김교태 대표가 취임하면서부터 실적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2016년 이후부터는 안진을 따돌리고 업계 1위 삼일과의 격차를 줄여나갔다.
이로 인해 과거 5년간 영업수익 성장세는 삼정이 77%에 달했다. 같은 기간 덩치가 큰 삼일의 성장세는 28%였다. 이로 인해 양사 영업수익 차이가 2015년 이전만하더라도 2000억원 규모에 달했지만 지난 해에는 1300억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김교태 회장은 임기를 4년간 연장했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김교태 대표 취임 전에는 전신인 삼정과 산동 출신간의 파벌다툼으로 조직이 시끄러웠지만 어쨌든 현재는 이런 분란이 사그라들면서 실적 성장이 이뤄진 것도 사실”이라며 “삼정이 안정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삼일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 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일의 영업수익은 컨설팅 부문이 제외된 실적이라 1, 2위 사이의 실적 차이는 드러난 것보다 더 큰 편에 해당된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정과 달리 삼일은 컨설팅부문 실적을 포함시키지 않고 발표한다”라며 “삼일의 컨설팅 부문 매출이 2000억원가량 된다는 점에서 양사간의 차이는 지금도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2016년말 갑작스럽게 CEO에 올라간 삼일 김영식 대표는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CEO인 안경태 회장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CEO에 물러났고 이후 당시 부회장이었던 김영식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후 수년간 다른 회계법인들이 분식회계 사태 등을 겪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삼일에는 이 같은 요인이 거의 없었다.
다만 '부동의 1위' 삼일이다보니 이로 인해 처한 환경도 남다르다. 덩치가 크다보니 경쟁 회계법인에 비해 성장세를 빠르게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지난해 회계법인 최초로 노동조합이 설립되는 등 직원들의 처우개선 목소리도 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영진이 노조설립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현재는 큰 문제없이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내년에 새로 선출될 차기 CEO는 성장과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다른 회계법인 파트너는 “삼일이 변화하는 환경에 놓였다”라며 “차기 CEO 선임을 두고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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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