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수출 느는데 깐깐한 규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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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관출자자(LP)들이 투자처를 찾기 힘든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국내 자본시장을 찾는 빈도도 늘고 있다. 자본수출국의 지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반면 규제는 현실을 따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외에선 기관 대상 사모펀드는 규제가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가 후견인 역할을 한다. 해외 운용사들이 미리 국내 기관에 접촉하기 어렵거니와 펀드 등록 절차도 번잡하다. 깐깐한 규제가 기관 출자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해외 유명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방한 소식이 잦다. 지난달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 대표가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을 찾았고,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속한 론그룹의 기관 순회 미팅도 화제가 됐다. 이번달엔 마크 젠킨스 칼라일 크레딧부문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다. 기관들은 전문투자 성격 펀드 출자도 관심이 높다. 해외 유명 운용사엔 기관들이 찾아가 돈을 맡기는 형국이다.
국내 기관들은 해외에서 수익률 저하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해외 운용사들은 LP 다변화를 해두어 나쁠 것이 없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우리나라의 자본이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자문사들의 일감도 급증세다.
이처럼 한국 자본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는데 규제나 관리감독 체계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외국 투자업자 등은 외국 집합투자증권을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해당 집합투자기구를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즉 해외 운용사가 국내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오려면 등록 절차가 선행돼야 하는데, 당장 이 펀드 등록부터 쉽지 않다. 전문투자형, 경영참여형 모두 상황은 비슷하다.
펀드를 등록하려면 미리 제반 서류를 준비하고, 이후 금융감독원과 접촉해 본격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담당 부서와 연락이 닿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접견 약속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운용사와 등록 업무 자문사 입장에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 어렵지만 답답할 수밖에 없다.
한 펀드 등록 전문 변호사는 “예전엔 펀드 등록 신청서 준비에 1달, 신청 및 등록 절차에 1달 해서 2달이면 됐다”며 “최근엔 자료를 다 구비한 후에도 감독당국 면담 일정만 2~3달 밀리는 경우가 많아 외국 고객들이 난감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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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등록은 '운용사'가 아닌 '개별 펀드' 단위로 해야 한다. 운용사가 한국에서 좋은 실적과 신뢰도를 쌓았다쳐도 매번 등록 업무를 피하기 어렵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은 사모펀드 투자를 사적 영역에서의 거래로 보아 펀드 설립·조달·운용과 관련된 규제 대부분을 없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일부 등록 규제가 생기긴 했지만 매번 개별 펀드를 등록해야 하는 우리나라만큼 까다롭지는 않다.
해외 운용사들의 영업도 제약이 많다.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행위를 하면 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해외 운용사가 국내에서 펀드 등록 절차에 들어가는 시기는 어느 정도 시장의 잠재 수요를 확인한 이후다. 결국 펀드 지분을 사겠다는 곳이 있어야 등록을 하는데 규제는 앞뒤가 바뀌어 있다. 존 볼턴의 방한 때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에선 전문투자자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의 제한이 없고, EU의 사모펀드는 전문투자자 전용이다. 우리나라도 전문투자자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판매적격 요건을 완화하고 있지만 외국보다는 깐깐하다는 평가다. 기관투자가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해외 운용사 출자도 자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지만 감독당국이 지나치게 후견인으로서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수 년 새 사모펀드 등록 업무는 급증했는데 인력은 그대로다. 금융당국이 인건비를 통제하는 상황에선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 웬만한 기관 대상 영업 행위에 대해선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지만, 법 테두리를 벗어나서까지 묵인하긴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들에 준비 서류를 충실하게 준비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절차도 되도록 간소화 하려하기 때문에 한 달 정도면 등록이 마무리된다”며 “등록이 늦어지는 것은 서류가 미비해 순서가 뒤로 밀렸거나 국정감사 등 특별한 일이 겹치는 경우”라고 말했다.
결국 사모펀드 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제도가 따라줘야 한다. 그러나 조국 가족 펀드 사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 펀드 형태를 가리지 않고 악재가 불거졌다. 자율성 확보에서 투자자 보호로 헤게모니가 넘어갔다.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간 분위기다. 당분간 제도는 바뀌지 않고 해외 운용사들의 불편도 이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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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