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금융그룹 전략·금융소비자 수준 등 감안해야
여전히 사모펀드 규제는 글로벌 최상위 수준
美 금융개혁법 기록·보고 의무 등 참고할 필요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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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사모펀드가 '악의 축'으로 지목받았다. 파생연계펀드(DLF)·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배경으로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꼽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의 한 축으로 삼으려던 금융당국의 태도도 일단 주춤한 모습이다.
2015년 한 차례 규제를 크게 완화했음에도 불구, 국내 사모펀드 규제는 여전히 글로벌 주요 시장에 비해 매우 강력하다는 평가다. 고착화된 저금리, 수익성에 치우친 대형금융그룹의 전략, 여전히 낮은 금융소비자 의식 수준 등 다른 원인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사모펀드 탓으로 모든 걸 돌린다면 '금융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국정감사를 전후로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며 최소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레버리지 200% 미만 펀드 기준)으로 낮춘 게 DLF·라임운용 사태의 원흉이라는 게 골자다. '서민'들이 '위험한 사모펀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게 지금의 사달을 불렀다는 말이다.
이는 사실일까. 규제 완화 이후인 2016년 전후 수익률을 보면 사모펀드는 공모펀드보다 오히려 '안전한 투자상품'이었다는 지적이다. 2016년 주식형 기준 사모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8%, 공모펀드는 0.6%로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사모펀드 최근 3년 수익률 평균은 13.4%로 공모펀드 7.8%를 크게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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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위험하다는 건 편견일 뿐, 10%룰·자금의 수시 입출입 등 공모펀드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 수익률이 더 좋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 금융권에서 상식 선에 속한다. DLF사태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한 은행의 판매조직이, 라임운용 사태는 변동성 장세에서 비유동성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한 운용사의 전략이 문제이지 사모펀드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최근 아파트에서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으니 아파트의 신축과 재건축을 제한하자'는 꼴"이라며 "사모펀드가 급성장한 건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규제에 묶인 공모펀드로는 자산 증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이 훨씬 발달한 선진국에서조차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는 엄격히 제한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미국에서 개인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 최근 2년간 연간 소득이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를 초과하고 ▲ 거주주택을 제외한 순자산이 100만달러(약 11억원)을 넘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틀린 말이다. 이는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투자자'가 아닌, '개인 전문투자자' 기준이다. 국내 자본시장법도 '개인 전문투자자'는 ▲ 1년 이상 투자상품 월말평균잔고 5000만원 이상 유지 ▲직전연도 소득액 1억원 또는 거주주택 제외 순자산 5억원 등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35인 이하 소규모 사모펀드엔 개인이 투자액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다만 투자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다고 발행인이 합리적으로 신뢰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주관적 기준으로 '투자 위험성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투자가 가능하다.
서울과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콩은 5만달러(약 5500만원), 싱가포르의 경우 10만싱가폴달러(약 1억원)이 최소투자금액이다. 현행 국내 기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은 수치다.
재산 등을 기준으로 사모펀드에 투자를 제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금융당국에서 검토를 끝낸 사안이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당시 '국민적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을 기준으로 적격투자자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실제로 사모펀드 투자 문턱을 낮추지 않았다면 '부자만 더 많이 수익을 내란 말이냐'는 비판이 충분히 가해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평가다.
지금 몇몇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한다면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갈라파고스 현상은 더욱 심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2017년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 차례 규제 완화 후에도 국내 사모펀드 규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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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와 그 투자자는 사적 관계와 계약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국내 관련 규제는 사모 운용사 관련 요건은 물론, 운용 전략에까지 상당한 수준의 규제를 가하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 학계에서는 진입과 운용과 관련한 규제는 최소화하되, 위험성과 남용가능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건전성 규제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단지 '서민 보호'를 핑계로 사모펀드의 싹을 밟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와 관련된 사건으로 촉발된 사모펀드 규제 강화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수한 한 가지 사례만으로 사모펀드 업계 전체를 재단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대안 중 하나로 지난 2010년 도입된 미국 금융개혁법의 일부 시스템이 꼽힌다. 이 법안은 사모펀드 자산운용에 대한 자율성은 유지하되, '기록과 보고'에 대한 의무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기록해야 할 내용은 자산규모 및 레버리지, 투자 포지션은 물론 고객의 신분·업무 정보까지 방대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모든 기록에 대해 정기·특별 검사권을 행사한다. 성공적인 감독을 위해 내부고발자에게 SEC가 거액의 보상까지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했다. 물론 운용사의 독점 정보나 높은 수준의 기밀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공시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특히 해당 법률은 SEC가 잠재적 시스템 리스크 평가를 위해 필요할 경우 고객의 투자처, 신분, 업무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끔 했다. 고위 공직자의 사모펀드 투자가 이슈화된 국내에서 참고할만한 규정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국민의 자산증식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도 사모펀드 규제는 거꾸로 가면 안 된다"며 "재간접 사모펀드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간접·분산 투자를 유도하면 지금 불거진 여러 리스크를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4일, 금융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놨다. 파생상품 및 일정 수준 이상 손실이 가능한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지정하고, 은행의 경우 '고난도 사모펀드'를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실질적으론 공모인 상품을 다수의 사모펀드로 쪼개 판매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 투자 기준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됐다. 사모펀드에 대한 완화 기조의 전략이 DLF 사태 이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12월까지 추가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제도 보완을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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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