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으로 보면 조 회장 연임에 무게
금융당국 '관치 논란'이 관건...개입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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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연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예상보다 한 달 가량 빠른 시점에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조 회장 연임을 포함한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까닭이다.
금융권에서는 회추위 시점으로 미뤄볼 때 조 회장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게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다만 내년 1월 중으로 예상되는 채용비리 1심 재판 결과 및 이에 따른 금융당국의 개입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최근 회추위를 열고 본격적인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회추위는 당연직 후보인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비롯, 금융권의 명망있는 외부인사를 대상으로 그간 주요 회장 후보군(롱리스트)를 추려왔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 및 논의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신한금융의 회추위는 이만우 사외이사(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총 11명의 지주 사외이사 중 이만우 위원장을 비롯해 김화남, 박철, 변양호, 성재호, 히라카와 유키, 필립 에이브릴 등 7명의 사외이사가 회장 추천 작업에 참여한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차기 회장 후보는 3월 말로 예상되는 정기 주주총회 2개월 전에 확정돼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내년 1월 초 회추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월말 회추위가 열린 건 예상보다 1개월 이상 앞선 것이다.
회추위는 앞으로 3주에서 4주간 회장 후보를 평가하고, 면접 심사 등을 통해 차기 회장을 결정하게 된다. 이르면 12월말 조용병 회장의 연임 여부를 포함한 차기 회장의 윤곽이 그려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말 신한금융은 조 회장의 채용비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공판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10월까지 한 달에 3~4차례 열리던 공판은 11월 중엔 8차례 열렸다. 지금 일정대로라면 12월 중순 검찰의 구형 후 1월 중순 1심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조기 회추위 결정 및 조 회장 공판 일정 변경 등의 배경엔 회추위 소속 일부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차기 회장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추위의 시점만 보면 조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2017년 조 회장이 새 회장으로 선임될 때엔 회추위가 1월에 열렸다. 앞서 한동우 전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회추위는 2013년 11월에 열렸다. 당시 회추위는 12월 중 일찌감치 한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12월 중 조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고, 1월 중 조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다면 신한금융 이사회 입장에선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일단 3월 주주총회 이전에 1심 결론이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1월 조 회장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조 회장의 회장 후보 자격엔 큰 지장이 없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3심까지 가는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평가는 1심 결론을 참고해 3월 주총에서 주주들이 하게 된다.
문제는 여론과 여론에 따른 금융당국의 움직임이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은 채용비리 재판이 진행 중인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연임과 관련, 사외이사들과 접촉해 연임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 회장 역시 채용비리에 연루돼있는만큼, 금융당국이 어떻게 움직일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형평성을 고려하면 신한금융 회추위에도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관치 논란'에 상당부분 신경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신한금융 회추위 소속 사외이사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이뤄진 회추위 자리는 신한금융 이사회 사무국조차 추후 파악했을 정도였다. 회추위는 '정당하게 평가하고 추후 진행과정을 소상히 밝히며, 회장 후보 확정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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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27일 18: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