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출범 이후 처음...메자닌도 성장세 줄어
헤지펀드 성장 주역 은행 PB 창구, 당분간 위축 불가피
메자닌은 발행사 위주 시장 왜곡 해소될 듯
-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여파가 시간차를 두고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끝 모르고 성장하던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두 달 연속 역성장했고, 올해 10조원 돌파가 기대됐던 메자닌(Mezzanine;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의 투자상품) 시장은 가까스로 전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발행사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급속히 투자자 측으로 넘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3년 이상 장기·제로쿠폰(표면금리 0%)·공격적 리픽싱(re-fixing;가격재조정) 성격의 메자닌 발행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약 3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한국형 헤지펀드 순자산 규모는 10월말 기준 34조2000억여원으로 불과 두 달새 7000억여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두 달 연속 순자산 규모가 역성장한 것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이후 처음이다.
한국형 헤지펀드와 함께 성장을 거듭해왔던 메자닌 시장 역시 침체 국면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 현재 올해 메자닌 발행 규모는 약 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초에만 해도 올해 사모 시장의 발달로 연간 최소 7조원, 크게는 10조원 이상 발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8월 이후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하반기 이후 메자닌 시장의 부진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침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순자산 규모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10.5%가 메자닌을 핵심 투자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메자닌에 주로 투자하는 코스닥 벤처 전략이 9.6%, 메자닌 투자가 가능한 멀티전략이 28.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국내 전환사채(CB) 발행 규모는 4조8000억여원으로 지난해 연간 4조2000억여원 대비 16% 성장했다. 대신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은 크게 줄었다. 최근 BW는 주로 공모, CB는 사모로 발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형 헤지펀드의 사모 CB 투자가 메자닌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2016년 이후 이 같은 경향은 매년 강화되고 있다.
변곡점은 결국 지난 7월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사태였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라임자산운용은 7월 초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7월 중순엔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10월 초 1조원 이상의 펀드 자금에 대한 환매 연기 및 중지를 선언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18년 이후 가장 '트렌디'한 투자 전략이었던 '사모 헤지펀드'와 '메자닌'이 라임운용 사태 단 한 건으로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며 "헤지펀드와 메자닌이 문제라기보단 라임운용 자체의 문제지만, 상품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잠시 냉각기를 거친 뒤 투자자 중심으로 헤지펀드 및 메자닌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고액자산가들의 헤지펀드 창구 역할을 했던 주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 들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새 규제안이 어떻게 구체화하는 지 지켜봐야 할거란 평가다. '고위험 상품'을 '사모'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아직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까닭이다. 시행착오를 거쳐 내년 상반기는 돼야 시장이 안정될 전망이다.
메자닌시장은 발행사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발행사에게 유리한, 공격적 조건의 메자닌 발행이 많았다.
예컨데 2017년 5월 3년 만기에 만기금리 2%, 리픽싱 70%의 조건으로 1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던 엘앤케이바이오메드는 지난해 6월엔 5년 만기, 만기금리 0%, 리픽싱 80% 조건으로 60억원을 발행했다. 2017년 7월 3년 만기 CB 60억원을 발행한 에스엔텍은 올해 2월엔 5년 만기로 130억원의 발행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투자자의 회피 심리로 인해 수급 불균형은 점차 완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11월 들어서는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표면금리를 제시하거나, 만기금리가 3~5%대로 상당히 높은 편인 사모 메자닌 발행 건이 점차 눈에 띄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으로 왜곡된 시장 구조가 점차 정상화하고, 라임운용 사태가 원만히 정리되면 메자닌 시장은 오히려 중위험 중수익이라는 본연의 역할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사이 금융당국이 메자닌에 대해 과도한 새 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다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25일 17: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