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요구 직면한 LG전자…굳건한 가전 속 TV·스마트폰 숙제
외부 인사 영입·대체 불가한 조성진 '브랜드' 등 아쉬움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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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리더십 교체를 통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사내에서 ‘가전 신화’를 쓴 조성진 부회장(63)이 그룹을 떠나고, 내부 승진을 통해 권봉석 사장(56)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오랜 기간 자본시장에서 LG전자를 지켜본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그룹 차원의 세대교체 기조와도 부합하고, 또 신임 사장이 조 부회장과 손발을 맞춘 만큼 연속성을 유지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반면 아쉬움을 내비치는 의견도 나온다. 외부 영입을 통해 변화 필요성을 더 강하게 내비쳐야 했다는 목소리다.
LG전자는 연말 인사를 통해 조성진 부회장의 용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후임은 현재 TV(HE사업본부)와 스마트폰(MC사업본부) 사업 수장을 겸직해온 권봉석 사장이 맡게 됐다. 조성진 부회장과 함께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끈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사장) 등 노장들도 함께 물러났다.
LG전자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져간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체험을 기반으로 한 경영방식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또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수익구조가 양호할 때 리더를 교체하는 것이 변화와 쇄신에 긍정적이라는 점도 고려했다”밝혔다.
새 리더를 맞이한 LG전자의 기상도는 사업부별로 극명히 엇갈린다. 조성진 부회장이 직접 이끈 가전사업(HA사업본부)는 역대 최대 실적을 매해 경신하며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반면 프리미엄 시장을 기반으로 호실적을 보여온 TV사업은 최근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가격경쟁으로 이상 징후를 보인다. 마지막 한 축인 MC사업본부는 여전히 대규모 적자 속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A 증권사 테크 담당 애널리스트는 “LG전자에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엔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그간 가전이 잘해온 건 맞지만 단순히 냉장고에 디스플레이를 붙이는 수준을 떠나 인공지능(AI)·IoT·스마트홈 등을 통해 앞으로 고객의 교체수요를 끌어올릴 방안은 여전히 회사는 물론 경쟁사 삼성전자도 명확하게 찾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새 수장 부임 이후 고질적인 스마트폰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내다본 목소리도 있다.
국내 B 증권사 연구원도 “가전에 집중했던 조성진 부회장에 대비해 권봉석 사장은 MC사업본부장도 겸직하며 사업을 잘 알기 때문에 좀 더 속도를 내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빠르게 바뀌다보니 좀 더 트렌드에 부합하는 젊은 인사가 수장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국 투자자들과 접촉 빈도가 큰 외국계 증권사에선 조직에 변화를 주문하기 위한 ‘충격요법’이 더 필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룹 사상 첫 외부영입을 단행한 LG화학의 사례, 또 업종은 상이하지만 창사이후 처음 외부 수장 영입을 단행한 이마트의 사례처럼 조직 밖 인사의 전격적인 영업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담당 연구원은 “현재 LG전자의 핵심 분야는 가전과 TV인데 두 비즈니스 모두 호황이든 불황이든 실적 변동 폭이 2~3%에 그치는 저성장 산업(Low Growth business)”이라며 “특히 테크 기업의 경우 노키아처럼 잘 되는 사업에 집중해오다 비즈니스가 한순간 사라진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결국 앞으로의 기술 진화 방향은 어떤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M&A를 해야 하는 지, 어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지 좀 더 객관적으로 회사를 볼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실적이 안정됐을 때 변화를 실험할 수 있는데, 외부 인사 영입 정도의 위험부담(Risk taking)은 감당할 수 있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다”며 “내년 혹은 내후년 이후 TV사업 하락세가 더 심해지고 가전에서도 경쟁이 커지면 이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시도할 기회조차 잃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나온다. 국내 C 증권사 LG전자 담당 연구원은 “원론적으론 외부 영입이 맞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새 회장의 첫 대규모 인사인만큼 LG전자 내부 조직의 생리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라며 “회사가 위기일 경우 구원투수 역할을 외부에 맡길 수 있겠지만,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사업이 잘됐던 상황에서 내부승진을 택하지 않을 경우 조직 사기에 끼칠 영향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교체 차원이라는 그룹의 인사 명분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LG전자가 처한 상황에서 여전히 가장 적합한 리더십은 ‘조성진’ 외에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국내 D 증권사 전자담당 연구원은 “그룹의 명분은 젊은 회장이 왔으니 세대교체로 길을 열어준다는 이야긴데, 여전히 권영수 부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나이에 따른 일괄적인 평가가 기업가치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라며 “자금이 넉넉지 않은 LG전자에 남은 건 이제 브랜드뿐인데, 향후 삼성과의 프리미엄 TV 경쟁·자동차 전장(VS사업본부)사업의 궤도 진입 등 숙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기술 장인' 조성진 부회장의 브랜드를 잃은 점은 너무 아쉽다"고 평가했다.
새 수장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복수의 애널리스트들은 LG전자가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만큼 좀 더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늘려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LG그룹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시장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여기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사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리더십 교체를 맞아 주기적으로 그룹 내 의사결정자들이 시장의 목소리를 더 청취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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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1월 29일 15: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