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도 NH투자증권이 주식자본시장(ECM) 공모 주관 실적 1위를 수성했다. 시장 전체 파이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잘했다'라기보단 '덜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목소리가 많다.

순위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만큼 순위 변동은 많았다. 전통의 강호이자 3강(强)중 하나였던 미래에셋대우는 이 부문에서는 부진한 성과를 냈고, 그 틈을 KB증권과 대신증권이 파고들었다. 이들의 주관 실적 격차는 고작 500억원에 불과했다.

4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19년 E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1조2157억원, 17건의 거래를 주관하며 수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인수 부문에서도 유일하게 인수 규모 1조원을 돌파하며 1위를 차지했다.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렸다. NH투자증권은 올해 한화시스템, 지누스, 현대오토에버, SNK 등 천억원대 대형 거래에 빠짐없이 주관사로 참여해 실적을 쌓았다. 올해 유일한 IPO 1조 주관 증권사이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은 올초를 전후해 담당 임원과 핵심 실무자들이 퇴사하며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1위를 수성하며 빈 자리를 느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나온 '빅5' 신규 거래 중 카카오페이지·SK바이오팜·현대카드 등 4개의 거래를 따내며 내년 먹을거리도 쌓아둔 상황이다.

2위는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했다.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순위가 올랐다. 주관 규모는 8682억원으로 1조원에 못 미쳤지만, 거래 건수가 24건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건당 평균 주관금액은 361억원이었다. 주로 중소기업의 중형급 거래를 소화했다는 의미다.

공모가 크게 위축된 주식연계증권(ELB) 시장에서 1000억원의 실적을 쌓았다는 것이 특이한 지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풀무원의 전환사채(CB)와 신성이엔지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 발행을 맡았다. 둘 다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중견기업으로, 최근 드문 공모 ELB 발행이었다.

3위는 KB증권이었다. 지난해 6위에서 세 계단 뛰어오르며 '빅3' 진입에 성공했다. 현대증권 합병 이후 최고 순위다. '빅딜'은 부족했지만 IPO 부문에서 힘을 냈고, 그룹과의 상업투자은행(CIB) 협업으로 중소기업 유상증자 규모가 부쩍 늘어난 덕분이다. IPO 부문에 힘을 싣고 있는 대신증권이 4위로 뒤를 이었다.

'빅3' 중 하나로 꼽히던 미래에셋대우는 6위로 밀려났다. 미래에셋대우는 덩치에 걸맞지 못하게 '빅딜'에 참여하지 못했다. 12건의 IPO를 주관했지만 건당 평균 주관금액이 182억원에 그쳤다. 올 상반기 바디프랜드 상장이 무산되는 등 보유 중인 대형 거래들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올해 신규 상장준비 기업 주관사 선정전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내년 실적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KB증권과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상위권으로 올라간 건 올해 ECM시장이 침체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올해 전체 ECM 공모 규모는 4조8317억원으로 지난해 10조원 대비 절반 이하로 규모가 줄었다. 3위인 KB증권과 6위인 미래에셋대우의 주관 금액 격차는 불과 550억여원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의 IPO 부문에 최근 인사 이동이 있었던 건 ECM 주관 실적이 전년 대비 4분의 1로 줄어든 탓도 있었을 것"이라며 "내년 유통시장(증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발행시장 목표를 어느 수준으로 세워야할지 다들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