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증가하는 가운데 크레딧 리스크 부각
재원 필요한 공기업·지방정부 시장 공급 더할듯
-
내년에도 기업들의 회사채 순발행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전반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올 들어 확대된 금리 변동성, 더불어 내년 공기업 발행 증가 이슈 등으로 채권 시장내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불확실성 확대로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꾀하려는 기업들이 상반기에 채권 발행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발행된 증권사 주관 공모 회사채 규모는 66조원에 달한다. 1조원 이상 발행한 기업만 10곳에 달한다. ‘호황’ 뒤에는 저금리라는 배경이 있지만 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줄어든 점도 한몫했다. 코스피 상장사(529개사)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296조9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89조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제조기업은 4년만에 증가세가 멈췄다. 저성장 장기화 전에 기업들이 선제적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자산 매각,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동성은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르면 연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있을 총선과 미국 대선,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북한 리스크 재발 등 안팎에서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있다. 내년에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해 두드러진 기업들의 신용 이벤트도 고려 사항이다. 업황 및 실적 부진은 우량기업들의 신용도 하향세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는 ‘최고’ 신용등급 지위를 내려놔야 했고,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등급 하향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신용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에 채권 발행을 서두르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내년 회사채 발행 규모가 올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주요 그룹들의 차환발행 수요만 해도 20조원에 달한다. 투자 확대 및 유동성 선제적 확보를 앞세운 우량 기업 위주로 발행이 이어지겠지만 위험도가 예전보다 커진 비우량 기업들의 발행은 다소 감소할 수 있다.
시장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을 주목한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적극적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5년까지 총 61조원을 미래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현대제철은 내년 1조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이 예정돼 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등급 하향이 이뤄진 만큼 조달 환경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 GS그룹도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올해 2조원 가까이 회사채를 발행한 GS그룹은 그동안 공모채 발행이 드물었던 계열사들도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에도 2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가 예고돼 있고, 15년만에 사령탑이 바뀌면서 혁신을 예고하고 있어 본격적인 외형 확장과 신사업 투자 계획, 이와 관련된 자금 조달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삼성그룹에선 부진한 업황에 현금흐름 악화를 겪는 계열사들이 ‘삼성’ 간판을 달고 공모채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1~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5대 건설사 중 영업현금흐름 감소폭이 가장 컸다.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3년만에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다만 내년 발행 시장에서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경쟁 심화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자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들이 악화한 사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을 해야 할 개연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토지보상 재원 마련을 위한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도 증가할 수 있다. 내년 7월 예정된 공원일몰제는 최근 지방채 발행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사유토지 보상 등 공원부지 매입 재원을 위해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 정부들이 올해부터 지방채 발행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말과 내년 초 발행하는 채권만 2조7000억원에 달해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내년에는 지금까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공기업들의 발행 확대 가능성이 있고, 지방채나 국채 발행이 올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라 신용도가 떨어지는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기에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연초에 대규모 발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