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주요부서엔 외부출신 포진
내부에선 은행출신 갈 자리 없다는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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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이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외부인사 영입에 적극나서고 있다. 지주사체제를 갖추기 위해선 전문성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는 최고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지주 체제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 암초를 만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를 두고 내부에선 외부인사 영입으로 내부 인사들이 올라갈 자리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2일 우리은행은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로 전상욱 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상무를 선임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속이긴 하지만 전 상무는 한국은행을 비롯해 아더앤더슨, 베어링포인트, AT커니, 프로티비티 등 해외 컨설팅 회사에서 리스크 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다.
CRO에 외부출신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 이종인 CRO를 비롯해 최근 10년간 우리은행 내부인사들이 담당했다. 가계대출 부실 등 리스크관리 중요성이 커진 점이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전 상무는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 마이너스금리 정책과 은행 수익성 등 은행의 전략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인사는 은행 내부에서 특히 관심이 크다. 계열사뿐만 아니라 은행 내 직책에도 외부인사를 앉히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최고디지털책임자에 외부인사를 뽑은 이후 CRO까지 외부인사로 채운 셈이 됐다.
과거 이들 자리는 은행의 본부장급들이 가는 자리였다.
이런 기류 변화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례로 우리금융은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이들 대표에 모두 외부 인사를 앉혔다. 지난 7월 임기가 시작한 최영권 우리자산운용(구 동양자산운용)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을 비롯해 자산신탁사에서 주식운용본부장을 비롯해 하이자산운용의 대표를 역임했다. ABL글로벌자산운용의 김동호 대표는 현대증권과 하나대체자산운용에서 전략투자본부장을 역임한 대체투자 전문가다.
비단 계열사뿐 아니라 우리금융지주 내부에 핵심부서인 IT, 디지털, 미래전략 부분에도 경쟁사에서 핵심 인력들을 데려오고 있다. 미래금융부 부장을 맡고 있는 김동준 부장은 삼성증권과 컨설팅사에서 몸을 담은 전문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중심의 금융지주를 탈피하기 위해선 각 계열사에 그 분야의 전문가를 앉히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지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은행 시절의 ‘순혈주의’를 깨부수자는 취지다.
더불어 사모펀드를 비롯한 해외금융사가 주요주주로 참여하면서 은행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전처럼 은행출신이 금융지주를 장악하는 방식으론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가 힘들다는 점에서 은행의 전문성 강화를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반발도 작지 않다. 외부인사가 주요 보직을 꿰차면서 고위직으로 갈수록 내부승진이 힘들어진 탓이다. 금융지주뿐 아니라 은행의 주요 보직을 외부인사에 내어주면 은행출신이 갈 수 있는자리라곤 영업직군 뿐이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외부인사가 은행보직까지 차지하니 내부에선 갈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불만이 존재한다”라며 “전문성 강화에 동의하면서도 자리가 없어진다는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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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05일 16:1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