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높이려는 한화·말리는 주관사, 최하단가도 "높아"
내부거래·모회사 의존성·일정한 마진에 주가반등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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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3형제가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주가가 상장 이후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한화그룹의 3세 승계가 본격화된 가운데 승계 자금 마련에 있어 한화시스템의 주가 부양이 필수적인 상황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화시스템의 공모가가 처음부터 높게 형성돼 주가 부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큰 규모의 내부거래 물량으로 인해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적고, 한화시스템이 주로 방산전자 분야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만큼 마진이 제한적인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1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한화시스템의 주가는 6일 기준 주당 1만9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 1만2250원보다 10%가량 낮은 가격이다.
3세 승계를 앞두고 있는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의 주가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김동선)은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한화시스템 지분 13.4%를 보유하고 있다. 배당을 받거나 추후 한화시스템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애당초 공모가가 비쌌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장 전부터 한화시스템의 가치에 대한 한화그룹의 눈높이와 시장의 눈높이가 다소 달랐다는 평가다. 이는 수요예측 결과로 나타났다. 적격투자자 대부분의 물량 신청이 공모희망가 밴드 하단으로 몰렸다. 이에 따라 공모가도 공모가 밴드(1만2250원~1만4000원)의 최하단가로 결정됐지만, 이마저도 투자자 기준에서는 고평가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상장 직후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 정도 가격 구간이라면 밴드 최하단이어도 비싸다"며 "기업 측에서 장이 조금 안 좋더라도 수주가 한창일 때 서둘러 IPO를 나선 듯 한데 수주 등은 나중 가봐야 아는 계약이라서 매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화그룹이 확장에 한계가 있는 방산보단 성장성이 비교적 큰 ICT부문을 주로 강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장 전 개최된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선 ICT 부문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는 게 복수 참석자의 평가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밸류를 실제보다 키우는 데 가장 좋은 사업분야가 IT"라며 "한화시스템이 ICT를 강조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시장에선 추측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내부거래 물량도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라는 평가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8월 시스템통합(SI)업체인 한화S&C와 합병됐다. SI 사업부문은 그룹 내 중요 정보를 다루는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한신평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SI부문은 계열 매출비중이 70~8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합병 당시에도 내부거래를 통한 한화시스템 기업가치 확대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화S&C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합병 전 한화시스템의 자산총액은 9000억원, 한화S&C는 2600억원이었다. 3배 넘게 차이난다. 그럼에도 불구, 기업가치를 고려한 두 기업의 합병 비율은 1대 0.9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비상장기업의 가치 측정 공식이 '수익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회사'에 훨씬 유리한 까닭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모회사 지원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통해 방산산업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한화시스템 덕에 매출이 잘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조615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결기준 매출액 1조3125억원의 80.9%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수주가 증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야 성과가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수주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계약 체결 내용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년간 3조원 규모의 대공화기 인도 수출 계약이 '임박'했다고 전해왔으나 애당초 수주하기로 했던 물량의 절반 정도만 수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한화시스템은 방산전자 분야에서 주로 마진이 일정한 '부품'을 제작하고 있어 수익성이 일정하다는 분석이다. 무기체제의 두뇌와 신경계에 해당하는 레이더, 전자광학장비 등 주로 부품에 해당하는 장비를 생산 중이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에어택시 시장 진입을 위해 향후 항공전자 부품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부품의 일정한 원가를 고려하면 향후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경쟁사보다 수익성 확대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산전자 분야에서 경쟁사로 꼽히는 LIG넥스원은 PGM(정밀타격), ISR(감시정찰), AEW(항공전자/전자전), C4I(지휘통제/통신) 관련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가격을 효율적으로 매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한화시스템스는 "합병비율은 한화 S&C의 영업이익이 방산부문보다 높은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공모가는 주관사에서 제안한 밴드를 기초로 주주 등을 고려해 최하단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회사 측은 "한화시스템 방산 부문의 영업이익 규모가 LIG넥스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1대 1 비교는 어렵고 한화시스템 주가 부진은 2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조만간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물량부담(오버행) 이슈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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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09일 16: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