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수익률로 역마진 극복 안 돼
M&A 재편 등 구조조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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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인구감소,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과 맞물려 생명보험업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해외 보험사 국내 이탈이 가속화하고, 국내 대형사의 생존도 위태롭다. IFRS17이 도입되는 2022년까지 업계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자칫하면 망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업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보험사들 수입보험료 감소다.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2016년 2.2%에서 2017년 -4.9%, 작년에는 -2.7% 수준을 기록했다. 현 회계제도 내에선 수익으로 인식하는 저축성 보험이 새로운 회계제도인 2022년 IFRS17이 도입되면 부채로 인식되면서 판매를 줄인 탓이다.
수입보험료 감소는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생보사들의 순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매년 지급하는 보험금은 증가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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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들은 이에 발맞춰 체질변화를 시도하곤 있지만, 근본적인 체력이 없는 곳은 생존하기 힘든 구조다. 전문가들조차 IFRS17 전면 도입 이후 누가 남아있고 사라질지를 예측하기 어려워한다.
수입보험료 급감의 배경 중 하나는 2010년 전후로 생보사 수익성을 책임졌던 저축성보험 판매가 IFRS17 체제 하에서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핵심 상품'이었던 저축성 보험의 빈 자리를 메울 마땅한 다른 상품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은 1인가구 증가 및 보험료 부담에 따라 해지가 늘어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종신보험을 포함한 보장성보험의 수입보험료 증가는 2.4%에 불과할 전망이다. 2016년만 하더라도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 증가는 6.6%에 이르렀다.
보험연구원은 “시장포화, 1인가구 증가, 저금리 지속에 따른 예정이율 인하 등이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변액보험은 주식시장 침체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그나마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퇴직연금이지만 이를 놓고 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등 타업권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보험료 수입 감소를 운용 수익으로 대체하기도 힘들다.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최근 10년새 5.4%에서 3.6%로 하락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이고자 대체투자를 늘렸지만 그럼에도 저금리 여파로 운용수익률은 10분기 연속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거에 팔아높은 고금리 상품의 이자가 5% 이상이란 점에서 현재의 운용수익률로는 역마진을 극복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보험영업의 주도권도 보험대리점(GA)에 내주고 있다.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조직은 쇠락하는 반면 다양한 보험상품을 구비해 놓은 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커졌다. 설계사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2014년엔 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 수가 21만명으로 18만명 수준이던 GA보다 많았으나, 지난해에는 GA소속 설계사수(22만명)가 설계사(18만명)를 넘어섰다.
보험사와 GA간의 갑-을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GA가 보험사에 고액의 판매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버는 돈은 줄어드는데 영업 등으로 나가는 사업비가 증가하다 보니 올해 상반기 생보사들의 보험영업현금흐름은 42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일례로 생보사가 핵심 상품 중 하나인 종신보험을 GA 채널을 통해 판매하면 최대 2000%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월 10만원을 납입하는 보험이라면 200만원을 GA에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100~300%의 즉시 지급 시책비(판매촉진비)는 별도다. 대형 GA일수록 요구하는 수수료율이 더 높다. 보험사간 완전 경쟁 체제에서 보험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 중 상당부분의 부담은 결국 보험사가 떠안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저금리, 저성장에 인구 노령화로 보험업 성장성 저하는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되었다.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라이선스 사업이라도 자본여력이 없는 보험사는 버티기 힘든 구조가 심화됐다. 여기에다 내년 IFRS17 도입이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면 생보사들은 본격적인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 영업에선 적자가 나니 사실상 대주주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를 눈치 챈 발빠른 외국계 생보사들은 선제적으로 국내사업을 접고 있다. 국내와 같이 IFRS17 도입을 추진하는 유럽계 생보사인 알리안츠, ING생명이 먼저 한국시장을 떠났다. 올해 들어선 푸르덴셜을 비롯한 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이탈 움직임이 보인다. 미국도 IFRS17에 준하는 회계제도 개편을 준비하다 보니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성장성이 떨어지는 국가의 보험사를 철수하고 있다.
국내 대형사라도 안심하기 어렵다. 지난해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총자산수익률(ROA)가 0.69%에 불과하다. 교보생명(0.51%), 한화생명(0.32%)을 비롯해 대다수 생보사의 ROA가 0.5%를 하회하고 있다. 수익성 하락은 올해에도 이어져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 3분기 순이익이 작년동기보다 56.7%나 감소했다.
보험업계에선 내년에는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KDB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을 포함해 3~4개 생명보험사가 추가로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본여력이 있는 대주주로 손바뀜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오렌지라이프 매각 사례처럼 중간에 사모펀드(PEF)의 손을 거치긴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금융지주가 최종적인 인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금융지주 중심으로 보험사가 재편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금융당국도 금융지주 중심으로 보험업이 재편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보험산업의 특징이 장기비지니스라는 관점에서 금융지주가 안정적으로 가장 적절한 주주란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생보사 숫자가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본여력이 없는 보험사는 대형사에 흡수되는 등의 방식으로 생보사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하반기 매각 추진중인 KDB생명을 포함해 3~4개 생명보험사가 추가로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향후에도 M&A를 통한 시장재편은 꾸준히 이뤄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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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