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여전...환율 변동 안갯속
저금리ㆍ반도체 업황 회복 '버팀목'
아람코 亞2차 상장, 수급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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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스피 지수는 락 바텀(단단한 지지선)이다', '미중 무역분쟁 및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와 비(非)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익률 개선이 지수에 반영될 것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한 목소리로 코스피 저평가를 외친다'...
연말을 앞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내년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다. 코스피지수 3000을 예상하던 2017년말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가 이보다 더 나쁠 순 없었으므로 내년엔 좋을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막상 최전선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 사이드의 전문가들이나, 주식 발행시장에 몸을 담고 있는 실무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코스피 저평가야 늘상 있어왔던 일이고, 결국은 외부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어떻게 보느냐가 지수를 좌우할 것이란 의견이다.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언제나 외국인 수급이었다는 것이다.
올해 외국인 수급은 '절망'에 가까웠다. 외국인들은 하반기에만 코스피 6조원, 코스닥 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11조원을 매도한 2015년 하반기 이후 가장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같은 기간 선물은 4조7000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국내 증시의 미래를 밝게 봤다기보단, 선현물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 수요로 분석된다.
내년은 어떨까. 국내 기업들의 이익 하락세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면 그들도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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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을 예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척도 중 하나는 환율이다.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에서 외국인 수급은 악화된다. 원화가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띄면 매수 성향이 강해진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내년 코스피 2400을 예상하는 핵심 근거 중 하나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달러 약세 유도 정책과 이에 따른 상대적 원화 강세 전망이다.
외국인 수급이 갈리는 포인트는 원달러 환율 1150원선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올해 4월까지 1100원 이상~1150원 미만 환율 구간에선 외국인이 19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1150원 이상~1200원 미만 구간에선 6조1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이맘때 주요 증권사들이 예상한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1165원 안팎이었다. 내년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환율을 전망하는 곳이 많다. NH투자증권은 1180원, 키움증권은 1205원을 예상하고 있다. KB증권도 무역분쟁 시나리오에 따라 최악의 경우 1200원선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금융연구원도 최근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을 1169원으로 예측했다.
2015년 이후 원화가 위안화와 강하게 연동되고 있는데, 정치적ㆍ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위안화 약세 기조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레포(Repo;단기자금)시장에 달러자금을 풀고 있지만, 이 자금들이 실물 통화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달러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환율은 변수가 워낙 많아 예측 자체가 어렵지만, 적어도 올해 미중 무역분쟁 해결과 달러 약세를 예상했던 주류 의견은 모조리 빗나갔다"며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분쟁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일견 합리적이지만, 지금까지 트럼트 대통령이 예상대로 움직인 적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이벤트는 단연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자본시장인덱스(MSCI) 이머징지수 비중 조정이었다. 2018년 5%였던 중국A주 비중을 올해 세 차례에 걸쳐 20%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이벤트 역시 지난해 연말연초 증시 전망에서는 과소평가됐다.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이슈는 아니다', '국내 증시 수급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단기적인 숨고르기 국면정도는 나타날 것'이라던 시황 담당 연구원들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5월과 8월, 11월 수 차례 급락장세가 나타났다.
현 시점에서 MSCI와 관련한 추가 이벤트는 아직 없다. 다만 MSCI의 경쟁사인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인스체인지(FTSE)가 인덱스 내 중국A주 비중을 25%로 검토하며 MSCI 역시 20%인 비중을 25%로 늘릴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올해 비중 변경은 지난해 9월 결정됐다. 일단 올 상반기까진 안심할 수 있지만, 내년 하반기를 지켜봐야 할 거란 지적이다.
MSCI외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공사인 아람코 변수가 언급되고 있다.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약 2000조원으로 국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1600조원보다 크다. 12일 사우디 증시에 상장한 아람코로 이미 일부 이머징마켓 패시브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중 아시아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아람코는 2017년 싱가포르 증시에 2차 상장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일본 도쿄 증시에 후보지 중 하나로 꼽힌다.
싱가포르나 도쿄 증시는 MSCI 선진지수에 편입돼있다. 패시브 자금 이탈 가능성은 적다는 말이다. 다만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나 헤지펀드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화한다면 정유ㆍ화학주 중심으로 국내 증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아람코의 덩치가 덩치인만큼, 일부 자금만 이탈해도 최근 수급이 엉킨 국내 증시엔 상당한 타격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과연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저평가로 보고 있느냐' 역시 물음표가 제기되는 부분 중 하나다. 코스피지수 2400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13배에 해당하는 지수다. 국내 증시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있는 2007년의 12개월 선행 PER이 13배였다. 2020년 상장사 기업이익이 회복할 거라고 인정한다 해도, '전성기'의 밸류에이션을 인정해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올해엔 그간 증시 관계자들이 믿어왔던 일부 기술적 지지선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일이 속출했다. 일례로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0.9배는 코스피지수의 절대 지지선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지수가 추가 급락하며 0.77배까지 밀리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절대적인 밸류에이션 기준선이 낮아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때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내 연기금의 대응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변수다. 그만큼 외국인 수급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연기금은 올해 코스피에서만 9조3700억여원, 코스닥에서는 8600억여원을 순매수했다. 총 10조원 규모다. 이 중 하반기에 6조원이 집중됐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대부분의 연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및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운용 비중 목표는 현재 18%지만, 내년엔 17.3%, 2024년엔 15%로 낮아진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7% 안팎으로 추정된다. 추가 여력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11월 이후 연기금 순매수는 6000억원대에 그쳤다.
물론 내년 100조원대로 회복되며 올해 대비 10% 이상 늘어날 코스피 상장기업 순이익 규모, 한국은행 금리 인하 및 글로벌 양적완화로 인한 경기 부양 움직임 등은 내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요소로 꼽힌다. 올해 위축일변도였던 반도체 업황 역시 가장 부정적인 전망으로도 내년 3분기엔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 임원은 "올해만큼 힘들진 않겠지만, 내년도 대응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게 내부 결론"이라며 "올 하반기 외국인들의 대량 매도로 가격이 크게 하락한 고배당 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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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