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설립 PEF '정관'에 따른 요청…내년 1월 공식논의 예상
GP가 수백억원 자금 들여 LP 지분 되사줘야 할수도
PEF업계에선 안좋은 선례 남길까봐 우려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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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사모펀드(PEF)가 경영권을 인수한 전주페이퍼 투자금 회수를 놓고 국민연금 등이 펀드 운용사(GP)에 "지분을 되사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은 사문화되다시피했지만 당시 벤처캐피탈 또는 PEF에 일반적으로 사용됐던 '펀드 정관'에 '운용사(GP)의 투자자(LP) 지분 재매입 조항'이 있다보니 이를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자금을 받아 전주페이퍼에 투자한 신한대체투자운용(옛 신한PE)는 전주페이퍼 관련 지분 제3자 매각 또는 국민연금 지분 매입을 검토 중이다.
신한대체운용이 직접 지분을 매입할 경우 수백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 전주페이퍼에 투자했던 국민연금이 최근 신한대체운용에 투자 지분 매입 검토를 요청했다. 전주페이퍼는 '한국노스케스코그' 시절이던 2008년 모건스탠리PE, 그리고 당시의 신한PE(현재 신한대체운용)가 공동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때 신한PE는 국민연금 (2000억원)과 그 밖에 우정사업본부와 신한은행 등이 투자해 조성한 4600억원 규모의 신한PE 2호(2008.7.14 등록)을 통해 전주페이퍼 지분 42%(1240억원)를 취득했다. 나머지 지분 58%는 모건스탠리PE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 이후 전주페이퍼 실적이 꺾이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었다. 2012년 1000억원 규모의 상각전이익(EBITDA)은 매해 줄어들다가 지난 2015년에는 77억원으로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순이익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168억원, 626억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이로 인해 펀드 만기 시점인 2015년이 지났지만 아직 재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한 PE 2호 펀드 출자자인 신한금융그룹과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는 전주페이퍼 투자 건 때문에 만기연장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당시 마련된 신한PE 2호 펀드 정관에는 "펀드 만기가 지났고 이 무렵까지 포트폴리오 청산이 끝나지 않았으면 투자자(LP) 지분을 운용사(GP)가 인수한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펀드 청산을 위해 벤처캐피탈 등이 당시 자주 사용하던 정관이었고, 이 무렵 다수의 PEF에도 해당 조항이 담긴 정관이 일종의 표준처럼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조성되는 PEF에는 이런 조항이 담겨있지 않다.
거의 사문화된 조항이었지만 투자기간이 10년이 넘어가면서 국민연금 등이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어지자 이 조항이 주목받았다. 이에 국민연금은 해당조항을 근거로 "지분 재인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뒤늦게 이 조항에 초점이 맞춰진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재매입이 정확히 '의무조항'인지도 다소 모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최대 LP의 요청인터라 신한대체투자운용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자 고심 중이다. 다만 신한PE 시절의 경영진은 회사에 없는데다, 사업방향도 바이아웃 펀드(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사모펀드)에서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운용사로 바뀐 상황이다.
해결을 위해 신한대체투자운용은 내년 상반기에 전주페이퍼 지분 매각에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주페이퍼의 대주주가 모건스탠리 PE여서 자사 펀드가 보유한 지분처리에 대해서는 양사 주주간계약에 의거, 의견 조율과 합의가 필수다.
또 다른 방법으로 신한대체운용은 자사가 직접 국민연금 등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선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신한은행 등의 자금 지원이 예상된다. 신한에서 전주페이퍼에 투자한 1240억원 중에서 대략 절반 정도가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출자한 금액이다. 이에 따라 신한대체투자운용 자체자금으로 일부를 해소하고 나머지를 외부에서 끌어오는 방법도 가능하다.
내년 초 이와 관련해서 국민연금과 신한대체운용의 공식적인 만남이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투자자들도 펀드 약관에 의거, 동일한 요청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신한대체운용이 부담해야 할 자금은 늘어날 전망이다.
동시에 이들 전주페이퍼 투자자들은 이번 기회에 출자금을 되돌려 받아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전주페이퍼 실적이 최근 흑자로 턴어라운드 하는 등 매각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장시간 자금이 묶여 있었는데 이제와서 출자금만 되돌려 받는 것도 부담스런 부분이어서다.
이와 별개로 국내 PEF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업계에 미칠 '파장'을 놓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펀드 청산이 안된 상황에서 운용사에 "투자 지분 재매입"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확정될 경우.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펀드들 가운데 동일한 약관이 있는 다른 PEF들도 국민연금이나 출자자들의 재매입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신한대체운용처럼 금융계열사 소속으로 자금지원이 가능한 운용사는 일부에 불과하다. 자기자본이 수십억원~수백억원에 불과한 대부분의 독립계 운용사(GP)는 이 같은 요청을 대부분 수용하기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전주페이퍼 지분매입이 일종의 선례로 남아 다른 PEF 운용사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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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