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갈등 지속에 경영 불안정 해소 '깜깜'
항공업 급변하는데 리더십 공백 길어지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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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家)’ 남매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한항공은 이미 실적 부진과 재무부담을 겪고 있는데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대한항공의 크레딧(신용도) 불안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저가항공사(LCC) 업계 구조조정 등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대한항공은 리더십 부재로 구체적 대비가 어렵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 안정적인 리파이낸싱이 이뤄져야 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회사채 투자심리가 꺾이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법무법인 원)을 통해 동생인 조원태 회장을 향한 공개 비난에 나섰다. 내년 3월쯤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한진그룹은 향후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갑작스런 조 전 부사장의 공격 배경으로는 경영복귀 무산에 대한 아쉬움, 상속세 부담 등이 거론되는데 조 전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을 보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대한항공을 향한 채권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대규모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즉 안정적인 리파이낸싱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금리 기조에 선제적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대한항공은 올해 8번이나 국내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2월 일본 시장에서 첫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고, 이후 채권 발행으로 총 1조 6000억원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대한항공은 내년에 1조원 이상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차환 발행도 빈번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대한항공은 고(故)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그룹 내 명확한 리더십 구축이 지연돼 급변하는 항공산업 환경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대한항공 공모채 투심에도 드러났다.
지속적인 금리 하락에 하이일드펀드 혜택 일몰을 앞두고 있어 비우량 회사채 시장의 존재감이 예전같지 않다. 대한항공이 A급으로 신용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막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대한항공(BBB+/안정적)은 연이은 회사채 수요 확보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비우량 회사채 투자 매력 감소라는 전제가 있지만 조원태 회장의 갑작스런 항공기 신규 투자 계획으로 인한 재무부담 우려가 투심 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계속되는 KCGI와의 지분 싸움과 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 문제 등 경영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더해졌다. 여기에 남매간 갈등이 더해졌다.
대한항공의 '본업'은 어려운 상황이다. 상속 이슈와 항공수요 급감이 겹치며 ‘국내 1위 국적사’인 대한항공도 실적 하향세를 보였다. 2분기엔 986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통상 항공업계 성수기인 3분기에도 전년 동기에 비해 76% 감소한 96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또한 1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여객부문은 성장했으나 화물부문이 부진하면서 매출이 정체하고 영업수익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환율 상승에 따른 결제부담이 증가했고, 임금인상 소급분 지급,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도 늘었다. 경영난이 심화하자 이달 초부터 6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았다. 내년에도 항공업황은 비슷한 상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외 신용평사가들은 최근 공급이 급증하고 있으나 수요가 정체한 국내 항공업에 대한 내년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내놓은 상태다.
항공산업 구조재편으로 인한 경쟁 판도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항공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자본확충을 통해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이 LCC와의 가격경쟁을 피하고 경쟁력 강화를 통해 FSC(대형항공사)로의 사업적 지위를 공고히 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LCC 시장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애경그룹(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상태다. 각각 LCC시장 업계 1위와 5위로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 만큼 양사의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항공업계 전체에 미칠 파장도 클 전망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안그래도 아시아나항공 거래 완료 이후 내년 본격적으로 경쟁이 강화되면 대한항공도 어려워질 수 있지 않나 관측이 나왔는데 여기에 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분쟁 등 불확실성이 더해진 것”이라며 “예를 들어 같은 비우량이라도 건설사의 경우 실적이 괜찮아서 우려가 덜한데 계속 상황이 어려워지는 대한항공(항공업)에 대해서는 펀더멘털에 대한 실질적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HDC 간판을 앞세운 아시아나항공이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면 이전까지 대한항공에 몰려있던 항공사 회사채 투심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며 "대한항공의 경영권 리스크가 진화가 되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투심이 뒤바뀌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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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24일 17: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