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새 JV에 E-GMP 물량 포함 가능성"
양사 간 현대차 수주경쟁 치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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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차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글로벌 최대 고객을 잡기 위한 배터리기업 간의 수주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맞소송이 진행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 공급선 확보를 두고 일찌감치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두 회사 간 경쟁의 수혜를 톡톡히 볼 수 있게 됐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현대차그룹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에 들어갈 일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번에 밝혀진 SK이노베이션의 공급계약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초부터 진행한 E-GMP 프로젝트 발주물량으로 파악된다. E-GMP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플랫폼과는 다른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우량고객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한해 국내 배터리 업체를 대상으로 수차례에 걸쳐 자사 전기차 플랫폼인 E-GMP에 들어갈 배터리를 발주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E-GMP에 들어갈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것이 SK이노베이션만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역시 현대차그룹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관측된다.
우선 초기물량이라고는 해도 SK이노베이션 단독으로 E-GMP에 들어갈 배터리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E-GMP 플랫폼을 통해 44개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그 때까지 필요한 용량만 150기가와트시(GWh) 이상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의 예상 연간생산능력은 오는 2023년 약 70GWh 규모다. 현대차그룹 수주에 맞춰 일부 증설에 나서더라도 기존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수주량을 고려하면 현대차 물량을 단독으로 수주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을 여러 번 나눠서 진행한 건 E-GMP의 모델이 워낙 다양하고 필요 용량도 크기 때문"이라며 "LG화학 역시 이어진 입찰에서 일부 물량에 대한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입찰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가 E-GMP에 들어갈 배터리를 납품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어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LG화학과 현대차의 새 배터리셀 JV(조인트벤처)도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생산할 E-GMP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LG화학은 현재 현대모비스와의 배터리셀 JV 외에 현대차와 새로운 배터리셀 JV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이 보유한 당진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등 어느 정도 구체화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LG화학 측은 이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E-GMP 발주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현대차 수주경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초기계약을 선점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가격경쟁력과 투자여력이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거꾸로 보자면 완성차 OEM 입장에서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사이 품질격차가 줄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E-GMP 플랫폼이 주행거리 500km 이상 전기차를 목표로 한 상황에서 가격만 따져 발주할 수는 없다"며 "이번 거래로 그만큼 양사 품질격차는 줄어들었다는 게 어느 정도 증명된 것인데 LG화학으로선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LG화학으로선 이런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LG화학은 최근 미국에서 GM과 JV설립을 단행하는 등 적극적인 수주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가 보수적 전략으로 선회하고, SK이노베이션이 소송 이슈로 주춤한 사이 점유율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현대차그룹 물량을 두고 저가수주를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E-GMP 플랫폼 발주를 경쟁입찰로 열어둔 이유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과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완성차 OEM 사이에서는 원가절감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E-GMP 플랫폼에 탑재될 배터리 발주에서 '골고루 담자'는 입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다면, 통합 플랫폼인 E-GMP에선 시기별, 모델별로 공급계약을 맺는 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향후 중국에서 출시할 E-GMP 플랫폼 차종에선 현지 1위 배터리업체인 CATL에 배터리를 발주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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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