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조달금으로 CSR…"외국인 지분 70%인 은행에겐 필수"
외국인 투자자 공감대 형성 및 은행 내 전문성 확보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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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채권을 발행해 온 주요 시중은행들이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조달 자금을 사회공헌 활동에 집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 한해 파생결합펀드(DLF)사태 등 물의를 빚으며 금융당국으로부터 여러차례 제재를 받은 은행들이 외형확장보단 관리에 힘써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
해외 및 국내의 투자자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은행의 ESG 채권 발행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평가다. 다만, ESG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했는지 점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은행의 투자 기준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우려가 제기된다.
24일 인베스트조선이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까지 시중은행들이 발행한 외화 ESG 채권의 규모는 약 32억달러(약 3조7000억여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이 12억5000만달러로 가장 많이 발행했으며 시중은행은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을 주로 발행했다. 지속가능채권은 친환경 투자 중심의 그린본드와 사회 문제 해결 중심의 소셜본드가 결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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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ESG 채권 발행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은행은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최근 금융당국은 DLF사태 및 키코사태에 대해 은행이 배상책임을 져야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또한 바젤Ⅲ의 최종안을 조기 도입하는 등 은행의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려 하거나 가계대출을 조여 은행의 수익성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DLF사태 대응책을 발표하며 "은행영업을 고려한 정책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각 은행들은 ESG 관련 채권을 발행하며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꾸준히 노출해왔다. ESG 채권은 종류에 따라 환경개선 및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사회문제 해결 등으로 사용 목적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에 따라 작년 1월 6억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한 하나은행은 조달한 자금을 청년계층과 중소기업 지원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2월 원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면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주사의 경영 비전에도 ESG채권 발행 건이 활용되기도 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로는 최초로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한 신한금융은 해당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그룹 차원의 중장기 친환경 경영비젼인 ‘에코(ECO) 트랜스포메이션 2020’의 적극적인 추진을 위한 다양한 ESG 관련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은 지속가능채권 중 '소셜본드' 비중이 큰 편이라는 지적이다. 사회취약계층 지원이나 일자리 창출 등이 소셜본드의 주 사용처다. 실제로 은행들이 ESG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저소득층 지원이나 중소기업 자금 빌려주는 용도로 쓰인다는 후문이다. 통상적으로 이루어져 온 은행의 사회공헌활동(CSR)에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이 쓰이는 셈이다.
굳이 ESG 채권 발행이라는 절차를 취하는 데 대해 은행들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먼저 외국인 투자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SG 투자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미국ㆍEU 등 선진국 투자자들은 투자를 할 때 해당 기업이 ESG 채권을 발행했는지 실제로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평균 외국인 지분율이 70%인 국내 대형 금융그룹 입장에서 주주 관리를 위해서도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ESG 채권 발행을 독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화 ESG채권 발행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추후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결과라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유로 그린본드를 발행하며 "향후 국내 금융기관들의 유럽 자본시장 진출 및 유로화 채권 발행시 금리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한금융지주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네덜란드 연기금 등 ESG 분야에 전문성이 높은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를 직접 방문해 소통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와의 이견은 극복해야 할 장벽으로 꼽힌다. 지원 대상 청소년의 나이 및 저소득층의 기준 등이 논란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해외는 20대까지를 청소년이라고 보고 지원하는 반면 국내는 30대 초반까지 지원하는 상황이다. 은행의 농어촌 지원에 대해서도 영세 농민이 많은 국내와는 달리 유럽 등 해외에서는 부유한 기업농이 많아 '농민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고 전해진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ESG 채권 중 그린본드는 해외에서도 정의와 사용처에 대해 실체가 명확한 반면, 소셜본드는 사회적 맥락의 차이로 인해 다소 애매한 부분이 발생한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기준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내 ESG 관련 투자의 전문성도 제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모두 소진한 국민은행을 제외하곤 나머지 은행들은 조달한 자금의 소진 내역을 투자자에게만 공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은행의 경우 전문가가 부재해 ESG 관련 팀 없이 IPO를 담당하는 부서와 해외 관련 부서 인원을 모아 TF 만들어 대응 중이라는 후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들도 은행이 내년 ESG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갈 지에 주목할 듯 하다"며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아직 인사가 남아있는 만큼 ESG를 신경 안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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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2월 24일 14: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