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 폭 큰 보험사 하향 압력 커질 수도
지난해 일부 중소형사 신용등급 전망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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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보험사를 향한 신용도(크레딧)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일부 회사들은 크레딧 리스크를 향한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보험사가 처한 사업환경은 한마디로 ‘위기’다. 저금리·저성장에 인구성장률 둔화로 신규 보험가입 수요도 축소하고 있다. IFRS17, K-ICS 도입 대비를 위한 자본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자본확충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보험업을 향한 우려는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주가는 ‘바닥’이라는 평가다.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AAA)조차 1년 새 30% 이상 주가가 떨어졌고,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한화생명(AAA)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연초 대비 주가가 반토막났다.
실적 악화·주가 부진 등 '악재'가 겹친 보험업계가 올해부터는 '크레딧 리스크'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적 저하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일부 생명보험사는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내외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올해 국내 생명보험업 크레딧을 향한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올해 국내 생명보험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평사도 2020년 전반적인 생명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 평가 등급(IFSR)의 방향성이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장기화하는 저금리 기조와 수익성 저하를 고려하면 중소형사부터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실적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생보사는 운용자산의 듀레이션(만기)이 길다보니 이차역마진 부담 해소가 쉽지 않다. 저축성보험 신계약이 감소하고, 보장성보험 시장은 정체하고 있어 보험료수입의 역성장 기조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일부 중소형 생보사들의 등급 전망이 조정된 바 있다. 농협생명보험(AAA)은 지난해 6월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계속되는 수익성 부진과 RBC(지급여력)비율 개선여부가 불확실한 점이 컸다. 저축성보험 중심의 영업 구조가 개선되지 못한 가운데 외화유가증권 관련 환헤지 손실이 나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저하한 점이 반영됐다.
동양생명보험(AA+)은 지난해 4월 보험 포트폴리오 변화 과정에서의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증권가에선 동양생명이 지난해 4분기 2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보고 있다. KDB생명(AA-)도 영업력 약화, 수익성 저하 등의 이유로 지난해 5월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물론 고위험 자산 비중이 낮은 생명보험사의 전반적인 자산건전성 지표는 아직까지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위험 등 해외유가증권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 요인과, 정부의 규제로 인해 가계 부동산 담보 여신과 PF대출 등의 건전성 저하 위험 등이 떠오르면서 투자 다변화를추진해 온 생보사의 건전성 저하와 연결될 지에 대한 점검은 필요하다는 평이다.
대형사도 주요 모니터링 대상에 올라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한화생명에 대해 저하된 수익성 회복 여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금리확정형 부채 보유로 인해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제도(LAT) 강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책임준비금 대비 순잉여액비율이 1.1%로 낮은 수준이라, 추가적립액 발생 시 손익과 재무건전성 지표에서 큰 폭의 저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외에 책임준비금 대비 순잉여액비율이 5%이하인 곳은 교보생명, 농협생명,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이다.
그나마 손해보험사의 2020년 신용등급 전망은 중립적이다. 성장 둔화가 예상되면서 사업환경은 비우호적이지만 수익성 변화가 비교적 덜할 것이란 예상이다. 보험부채의 듀레이션(투자자금의 평균회수기간)이 짧다 보니 자본규제 강화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자산운용 경쟁력과 리스크관리능력, 자본규제 강화 영향 등에 따라 일부 중소형사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다. RBC 규제 강화와 관련해 모니터링이 필요한 회사로 롯데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이 꼽힌다.
지난해 9월말 기준 RBC비율은 롯데손보와 한화손보가 각각 141%, 191%로 200% 미만이다. 여기에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비중이 높아 2020년 6월말 큰 폭의 하락도 예상된다. 한화손보는 듀레이션갭(Duration gap)이 업계 내 가장 큰 회사라 금리위험액 증가 확률이 높다.
지난해 손보업계 가운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한화손보는 최근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경영관리 대상'으로 편입됐다. 보험리스크(보험계약의 인수 및 보험금 지급과 관련 위험)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NICE신용평가는 실손보험료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 정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영업기반 축소 가능성, 보험 포트폴리오 적정성 개선 정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크레딧 리스크가 가장 클 업종 중 하나로 보험업이 꼽히는데, 매물로 나와있는 KDB생명은 ‘과연 팔리겠냐’는 말이 나오고 한화그룹 보험사들도 실적 부진을 겪는 등 보험업 전반적으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어려운 환경에서 회사별 대응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IFRS17의 도입 및 적용이 완료되는 2022년 전후로 업계 구조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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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