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활용만으론 한계…다양한 방안 모색
브릿지론 활용·자산 유동화·전략 다변화 등
수익률 중요하지만…“결국 LP 만족도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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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운용사(GP)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쟁이 심화하며 고밸류 투자가 불가피했고, 과거와 같은 단순한 레버리지 전략으론 기대 수익률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GP들로선 갈수록 브릿지론 활용, 증권사 총액 인수, 자산 유동화 등 다양한 방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사모펀드 시장엔 여러해 전부터 유동성이 넘쳐났다. 국내 PEF들은 점점 대형화했고, 투자 부담도 커졌다. 투자기한이 다가올수록 무리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초기 자금 소진에 심혈을 쏟는 분위기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도 한몫했다.
글로벌 운용사들까지 가세하며 대형 거래는 그야말로 국내외 큰손들의 ‘전(錢)의 전쟁’ 양상이다. 결국 파는 쪽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느냐 문제니 중소형 거래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원하는 높은 가치를 인정해줄 테니 후순위로 재투자하라’는 변칙이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수익률엔 득이 되지 않는다. 투자 기업 매출을 늘리고, 마진율을 높인 후에도 시장 호황까지 바라야 한다. 차입금(레버리지) 활용이라는 전통적인 카드가 있지만, 금융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진 터라 조건 차이가 크지 않다.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도 전략적 차별성을 갖기도 어려워졌다.
PEF의 투자 수익률은 결국 투입 자본(Equity)과 회수 금액, 투자 기간에 따라 결정된다. 운용사들로선 점점 이런 요소들을 모두 아우르는 수익률 제고 방안을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투입 자본을 줄이는 방식은 몇 년 새 자리를 잡았다. 메자닌 투자를 위한 별도의 프로젝트펀드를 활용하는 식이다. 블라인드펀드의 건당 투자 한도를 넘어서기 위한 면도 있지만, 후순위 지분보다 돌려줄 수익률이 낮다는 점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브릿지론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출자요청(Capital call) 전에 빌린 돈으로 출자를 대신한다. 캐피탈콜과 자금 집행까지의 시간차를 줄이기 위해 마이너스통장 개념의 크레딧라인이 쓰인다. 서브스크립션라인(Subscription line)도 활용된다. 개별 투자건 혹은 여러 투자건에 출자할 때 쓰이는 대출인데, 본 출자 시기를 길게는 1년까지도 늦출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대출금을 활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에선 아직 브릿지론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 지난 이랜드월드 사례처럼 말 그대로 PEF를 재무적투자자(FI)로 유치하기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정도다. 국내 운용사는 해외와 달리 역사가 짧고 담보가 될 자산이나 현금흐름이 확실하지 않다. 약정해둔 자금을 쓰지 않으면 출자자(LP)들의 눈길도 고울리 없다. 시장 성장 여부에 활용도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차입금을 활용해 내부수익률(IRR) 기산 시점을 늦춰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펀드가 대형화하고 운용사 내 담보 자산이 늘어난다면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분 투자 총액인수도 브릿지론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쉬완스컴퍼니나 모멘티브, 웅진코웨이 M&A 등에서 증권사들이 프로젝트펀드를 총액인수했다. 증권사들이 돈을 벌기 위한 면이 크고, 운용사도 결국 자금을 모아야 투자가 가능하다. 실제 투자 시기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른 시기에 투자의 확실성이 결정되고 집행 시기는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전체 투자 기간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투자회수 시점을 앞당기면 수익률에 유리하다. 대성산업가스 M&A는 회사의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거래가 다음 기회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지만 결국 성사됐다. MBK파트너스가 ‘머리보다 어깨’에서 팔되 투자 기간을 줄여 수익률에서 이득을 봤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산 유동화도 회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매장 유동화를 단행해 차입금을 줄이고 출자자에 배당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리츠가 무산되긴 했지만 개별 점포들을 새로 개발해 개발 차익을 노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투자 기간 기회가 날 때마다 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리 LP들에 자금을 돌려줘야 향후 악재가 있어도 파장이 덜하다. 출자 지분 규모를 줄여두면 잔여 금액의 IRR도 더 높일 수 있다. 투자 대상 회사의 현금 창출력에 기반한다.
역으로 투자를 늘리는 사례도 있다. 앵커PE는 2018년 헬스밸런스 매각이 무산되자 그 해말 자본재구성(리캡, Recapitalization)을 통해 차입금 일부를 2대주주 지분 인수에 썼다. 1년 후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매각에 성공했다. 작년 최대주주 지분까지 사들인 이투스교육 역시 헬스밸런스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인수금융 리캡은 당연해졌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PEF들은 투자 후 1년만 지나면 리캡으로 차입금을 늘려 LP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 작년만 해도 한온시스템, 대성산업가스 등 조단위 리캡이 있었다.
운용사 안에선 점점 여러 갈래의 투자 전략이 활용될 전망이다. 통상의 바이아웃(Buy-out) 펀드에 기대하는 수익률이 내기 어렵다면 애초에 기준치가 낮은 크레딧펀드나 인프라펀드 등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다.
베인캐피탈은 2018년부터 크레딧펀드를 활용해 한화종합화학, 이랜드월드, 태림포장 등 투자를 추진해왔고 쉬완스컴퍼니 FI로 참여했다. 대성산업가스 투자는 맥쿼리의 아시아인프라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목표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운용사의 IRR 올리기 전략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LP에 어떤 것이 가장 득이 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맹목적인 숫자 높이기는 장기적으로 GP와 LP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PEF 운용사 관계자는 “캐피탈콜을 늦추고 차입금을 활용해 IRR을 높인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LP로선 자금을 들여 몇배를 벌었느냐는 점(MOIC, Multiple of Invested Capital)도 중요한 요소”라며 “단순히 IRR에만 매몰돼서는 LP들을 만족시킬 수 없고, 심한 경우 선관의무 위반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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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