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외 불안감 확산되며 중·소형주 투자 심리 위축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IT 대형주 쏠림 현상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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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은 전통적으로 새해 첫달 지수의 상승폭이 두드러졌지만, 올해는 과거와 비교해 1월의 효가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느때보다 큰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긴장도와 민감도가 크게 높아진 탓이다.
비교적 안전 자산이라고 평가 받는 초대형 우량주가 중·소형주보다 오히려 더 주목 받으면서 연초 코스닥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공식처럼 통하던 '1월은 코스닥'이라는 말이 올해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새해 첫 달은 코스닥 시장, 특히 중·소형주가 주목받는 시기였다. 과거 10년 동안 새해 첫 달 코스닥 지수의 상승이 7차례나 코스피 지수 상승폭을 넘어섰을 정도로 1월은 중소형 주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시기이다.
이는 양도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는 연말에 비해 주식 매도에 대한 압력이 줄고 수급에 대한 부담감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에는 배당 성향이 높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되는데, 연초엔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형주에서 중·소형 주로 옮겨가는 성향이 강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대감이 무색하게 올해 초 코스닥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며 시작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환율과 유가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국내 증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코스닥 시장은 미국의 공습이후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도가 이어지며 하락세가 강했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형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 시장의 하락세는 코스피 시장의 하락 폭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
지난 6일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연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상해 종합지수가 장중에 급락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대 중국 관련 종목이 몰린 코스닥 시장에 대한 위기론이 확산하면서 국내 주식운용 담당자들이 초 긴장 상태에 돌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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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하기 힘든 대외 불확실성은 국내 기관투자가는 물론 외국인들의 대형주 쏠림 현상을 심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가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우량주의 주가는 코스닥은 물론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압도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여전히 반도체 관련 업황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쏟아내는 까닭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8일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0%이 감소한 실적을 내놨지만 투자 심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한 주요 증시가 흔들리는 시점에서도,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부턴 2020년 국제가전박람회(CES)가 시작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IT 중심의 대형주에 관심이 유지됐다. 예년엔 CES가 끝난 이후 IT 관련주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올해는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내 한 기관 주식운용 담당자는 “통상 연초에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것과 반대로 올해는 IT관련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상황”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의 대형주 또는 인덱스 투자 선호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이벤트는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였다. 국내 기업 20여곳 이상이 공식적으로 참가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 코스피 상장기업은 물론이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가 업체 가운데 기술수출(Licence out)을 비롯한 각종 거래가 논의된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도 10곳이 넘는다.
국내 한 기관투자자는 “이달 중순부터 제약 바이오를 중심으로 주식 시장의 색깔이 다소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며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여느때보다 큰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를 따라갈 것을 예측하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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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08일 11: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