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동성이 상승 원인... 파생은 하방베팅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단언 어려워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15兆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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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H투자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목표가를 7만4000원으로 올렸다. 13일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으로 상장 45년래 최고가를 경신했는데도, 여기서 추가로 20% 이상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7만4000원은 액면분할 전 기준 주당 370만원에 해당하는 주가다.
#.2 이란이 이라크 소재 미국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한 지난 8일, 코스피지수와 코스피200지수는 모두 약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900곳의 코스피 상장 종목 중 850여곳의 주가가 하락하며 시장이 초토화됐지만, 시가총액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각각 1.7%, 3.6% 오른 덕분이다.
새해 1월 증권가의 최대 화두는 단연 반도체주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등하며 증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까닭이다. 외국인들은 새해들어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수에 쏟아부었다.
앞으로의 관심은 이런 흐름이 지속되느냐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 '강세론자'들의 의견엔 화색이 감돈다. 이번 주가 급등은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회복세 진입)에 따른 추세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이며, 이를 계기로 한국 증시의 위상도 한층 올라설 거라는 것이다.
다만 투자 최전선의 운용역들에게서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지금의 두 배인 15조원에 달했고,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보던 2017년 4분기에도 넘지 못하던 '사상 최고가'를 단지 회복이 기대된다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넘어버리는 건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상승의 배경을 ▲미국 단기자금(레포;Repo) 시장에서의 준(準)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과잉 ▲불과 두 종목에 쉽게 좌우되는 취약한 한국 증시와 이를 활용한 차익거래 수요로 해석한다. 최근의 반도체주 급등세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황은 정말로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선 것일까.
반도체 업황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는 디램(DRAM) 현물 프리미엄이다. 시장에서의 실시간 거래가격(Spot)이 대규모 계약 공급가격(Contract)보다 높을수록 업황이 호전된 것으로 본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핵심 거래품목인 8기가바이트(8Gb) 디램의 현물 가격은 평균 3.1~3.2달러로 1달 전 대비 15%가량 올랐다. 가격이 사상 최저가 수준에서 5개월 이상 머물며 구매 수요가 살아난 덕분이다. 이에 힘입어 디램 현물 프리미엄도 지난해 12월 중순 양(+)으로 상승 전환했다. 지표만 보면 업황 호전이 관측된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것이 지속 가능한지의 여부다. 현물 프리미엄은 지난해 8월에도 잠깐 급등한 적이 있다. 이후 다시 급격히 가라앉으며 2달만에 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반도체 업황이 완연히 돌아서려면 디램 공급량이 의미있게 줄어들거나, 디램 수요가 2017년 전후 수준으로 급증해야 하는데 아직은 둘 다 관측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 회복도 가격 보다는 빗그로스(bit gross;메모리 용량 기준 출하량 증가율) 상승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가격 상승률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올해 1분기 반도체 기업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디램과 낸드(NAND) 모두 수요에 기반한 가격 회복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근 반도체주 주가는 왜 급등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넘치는 유동성과 사실상 양적완화에 가까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레포시장 개입을 꼽는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레포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5000억달러(600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이른바 '공개 시장조작'이다.
미국 레포시장이 불안해진 배경으로는 헤지펀드들의 탐욕이 꼽힌다. 이들은 단기자금으로 고금리의 장기채권을 매입한 후, 이를 담보로 다시 단기자금을 빌려 증시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고객에게 현금을 돌려줘야 하는 일이 생기면 이를 레포시장에서 빌려 해결해왔는데, 레포시장 참여자들이 너무 많아진데다 대형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돈을 내놓지 않으며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 것이다.
연준이 개입하며 레포시장이 안정되자 헤지펀드들은 그간 해왔던 투자 전략으로 다시 돌아갔다. 여기서 파생된 유동성이 끊임없이 증시에 유입되며 S&P지수와 나스닥지수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자는 "시장은 연준의 행동을 사실상의 작은 양적완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연준의 레포시장 개입이 계속되는한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계속될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금의 일부가 코스피로 유입되며 반도체주의 급등이 일어난 것이다. 현재 한국 증시는 미국보단 중국 증시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는데, 반도체주만은 다르다. 반도체주 주가는 인텔ㆍ마이크론 등 미국 내 대표적인 반도체기업 16곳의 주가를 지수화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주로 연동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코스피의 나스닥 종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문제는 연준이 레포시장 개입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복해서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연준 의사록에선 레포시장이 불안해진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했던 초과지급준비금리(IOER)를 다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는 언급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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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수만으로도 쉽게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국내 증시를 통해 차익거래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월 초 이후 외국인들은 꾸준히 국내 증시 선물 순매수를 줄이고 있다. 콜옵션을 팔고 풋옵션을 매수하는 '옵션 베어(bear)포지션'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옵션시장은 90% 이상 코스피200을 기초로 거래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 주식을 매수해 지수를 올리며 파생상품으로는 지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첫 선물옵션 만기일이었던 9일 외국인들은 장 막판에 삼성전자를 강하게 매수해 코스피지수와 코스피200지수를 끌어올렸다. 이는 옵션가 292.5에 콜옵션을 매입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 현실화를 위해서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0거래일간 코스피 전기전자 지수는 7.3%나 올랐고 이에 힘입어 코스피 대형주 지수도 2.4% 올랐지만, 코스피 중형주 지수는 오히려 0.15% 떨어졌다. 코스피 주요 22개 종목군 중 이 기간 상승한 종목군은 전기전자ㆍ제조ㆍ서비스 등 불과 6곳 뿐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재평가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매수세가 들어올 것으로 전망하려면, 전체 종목군에 골고루 자금이 퍼지는 '바스켓 매수'가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의 바스켓 매수는 지난 7일 불과 한 차례 관측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 부근으로 갈 때마다 증권가에서는 '뉴 노멀'(새로운 기준)을 외쳤지만, 결과는 언제나 단기 고점이었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이전 분기당 영업이익이 이전의 최고치인 15조원을 돌파할 때 의미있는 뉴 노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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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1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