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무너지고 ETF 추가 상장 길도 막혀
'주가 하락=시가배당률 상승'...상반기 수급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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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이미 고점ㆍ과열 징후를 보였던 국내 상장 부동산투자회사(REIT's;이하 리츠)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장리츠에 대한 찬사와 추천이 잇따랐던 지난해 11월초 주식을 매입했다면 현재 수익률은 마이너스(-) 20%에 가깝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가량 오른 점을 고려하면 상대수익률은 -30%에 이른다.
리츠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는 과매수(오버슈팅)으로 인한 시가 대비 배당수익률(시가배당률) 저하와 단기 급등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수익 실현 욕구가 꼽힌다. 여기에 '시장 교란' 수준으로 작용했던 상장지수펀드(ETF) 추가 상장이 당분간 막히며 패시브 자금 수급도 당분간 기대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신한알파리츠는 753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11월초 9250원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고점 대비 20%가량 급락한 셈이다. 10월말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증시에 입성한 롯데리츠도 상장 직후 상한가 등 그간의 상승폭을 모두 내려놓고 공모가인 5000원대 초반으로 되돌아왔다. 현재 국내 유일한 상장리츠 투자 ETF인 미래에셋운용 TIGER부동산인프라도 지난해 11월 이후 10%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10월말부터 11월초, 롯데리츠가 온 증시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시기가 고점이었던 셈이다. 이 시기를 전후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성장성ㆍ모멘텀 모두 훌륭하다'며 리츠에 투자를 권장하는 레포트가 쏟아져나왔다. 이를 믿고 주식을 매입했다면 불과 두 달새 두 자릿 수의 손실을 본 셈이다.
문제는 이미 이 시기 상장리츠는 고점 징후를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초 최고가 기준 신한알파리츠의 시가배당률은 2.7%로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었다. 당초 5~6%의 안정적 배당을 추구하는 리츠 상품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셈이다.
현 시점에서 보면 신한알파리츠가 창출해낼 수 있는 배당가능 운영자금(FFO)는 올해에도 130억원 전후를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2018년 자산재평가도 끝나 유상증자 및 추가 자산 매입 없이 극적으로 자산가치를 끌어올리기도 불가능하다. 이런 종목에 '성장형 종목'이라는 딱지가 붙으며 주가만 끌어올려진 것이다.
지난해 연초 이후 주요 상장리츠의 주가가 크게 오르자 주요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켜졌던 점도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평가다. 이전까지 상장리츠의 핵심 투자자였던 보험사ㆍ투신사ㆍ사모펀드들은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 사이 모두 매수 포지션을 순매도로 전환했다.
롯데리츠의 경우 상장 직후 주가가 갭 상승하자 외국인과 기관 창구에서 매도세가 쏟아져나왔다. 외국인은 상장 이후 지금까지 줄곧 9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유지하고 있고, 상장 초기 핵심 투자자로 등장했던 연기금 역시 12월 이후 순매도로 전환했다.
일각에서 기대하던 패시브 자금 유입도 현재는 막힌 상태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 사이의 '오버슈팅'은 보험사 등으로부터 유입된 패시브 자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롯데리츠의 상장 초기 급등 역시 TIGER부동산인프라의 매수세가 배경이었을 거란 평가다. 현재 TIGER부동산인프라 내 롯데리츠 구성 비중은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상장리츠 관련 ETF의 추가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 상장리츠 종목 수가 많지 않고. 유동 주식도 풍부하지 않아 패시브 자금이 주가를 뒤흔드는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현재 10여개 자산운용사가 상장리츠 관련 ETF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리츠 시세에 급변동을 줬던 TIGER부동산인프라 ETF조차 최근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초 사이 TIGER부동산인프라 설정증권 수는 700만여증권에서 2400만여증권까지 3배 이상 늘었다. 이후 11월말부터 순유출이 시작돼 현재는 2200만여증권이 발행돼있다. 이 역시 연말 상장리츠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적어도 상장리츠 수가 10곳은 넘어야 ETF 추가 허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장 리츠 수는 7곳이다. 이 중에서도 안정성이나 선호도 측면에서 투자가 가능한 종목은 신한알파리츠ㆍ롯데리츠ㆍ이리츠코크렙에 맥쿼리인프라 정도로 많지 않다.
결국 증권가의 의문은 하나다. 상장 리츠가 지난해처럼 '불을 뿜을 수 있느냐'다.
수급은 일단 한번 뒤틀렸다는 지적이다. 이를 정상화하려면 결국 새로운 자금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 시기는 현재로선 가늠이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 차익을 실현하고 리츠에서 빠져나간 연기금 자금이 다시 돌아오는 시점을 주목해야 할 거란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해 주요 상장리츠의 시가배당률이 4~5%대로 돌아오면 연기금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리츠는 반기 배당도 하고 있는만큼 2분기 수급 동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풀 꺾인 리츠 주가가 향후 공모시장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주요 대형증권사들은 지난해 잇따라 리츠 상장 전문부서를 만들고 '2020년에 공모리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리츠 투자에 대한 실망감이 감돌고 있는만큼, 시가배당률이나 상장 이후 추가적인 성장성 등에 상당한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공모 흥행이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올해 리츠 투자의 최고 시나리오는 ▲두세 곳의 후발 공모리츠들이 좋은 조건을 내세워 상반기 중 상장에 성공하고 ▲ETF 추가상장이 허용돼 패시브 투자 풀(pool)이 넓어지고 ▲파생결합펀드(DLF) 등 고위험중수익 상품에 실망한 투자 수요가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상장리츠로 유입되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리츠 오버슈팅과 뒤따른 급락은 신상품이 시장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성장통과 같은 것"이라며 "리츠 자체가 경기방어주 성격이 짙어 반도체 중심 대형성장주가 주목받는 시기엔 상대적으로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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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16일 14:2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