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3월 주주총회'…기관투자가들도 나서 목소리 높일 듯
SM 수익구조 관련 불신 깊어…라이크기획의 역할도 "모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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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자산운용(이하 KB운용)이 불을 붙인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 관련 목소리가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기관 주주들이 이번 정기 주총때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가장 크게 이슈가 됐던 부분은 비핵심 사업부문 구조조정 및 라이크기획 합병 여부다. 당시 SM엔터는 주주들의 개선 제안을 거부했지만, 기관 주주들이 재차 목소리를 낸다면 아예 무시할 수만은 없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이번 3월 SM엔터 정기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안을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기업의 가치가 여전히 특정 주주에게 귀속돼있는 현 상황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SM엔터의 주요 기관 주주로는 KB운용을 비롯해 한국투자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이 있다.
기관 주주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주주 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선임, 정관 변경, 자회사나 관계사 합병 요구 등 다양하다. 다만 이사 선임이나 해임 등 경영권에 직결되는 주주 활동은 자칫 적대적 주주권 행사로 비춰질 수 있다. 기관 주주들 사이에 어느 정도까지 '행동'을 할 필요가 있는지 공감대가 중요한 셈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SM엔터의 지배구조에 대해 기관 주주들이 오랫동안 불합리하다고 느껴온만큼 이번 주총 때 충분히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기관 주주들 사이에 라이크 기획 문제 등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에 이번 3월 주총이 SM엔터 지배구조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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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운용이 불 지핀 주주가치 개선 활동의 연장전인 셈이다. 지난해 7월 KB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SM에 ▲ 라이크기획과 에스엠 간의 합병 ▲ 30%의 배당성향 등을 요청했다.
이번에 기관 주주들이 내려는 목소리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SM엔터는 주주가치 개선의 주제는 크게 '적자 사업부문 및 비주력 사업 구조조정'과 '라이크기획 합병'으로 나뉜다.
SM은 핵심사업인 음악, 광고, 드라마를 제외하고 SM USA를 통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 리조트 사업 ▲ 레스토랑 사업 ▲ 여행업 ▲ 와이너리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문제는 청담동 'SMT서울' 등 일부 외식사업 지점이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KB운용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을 통해 개인적 취향의 사업을 영위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매출의 최대 6%를 인세로 가져가는 라이크기획의 내부거래 의혹도 여전하다. 라이크기획은 이 총괄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에스엠 영업이익의 46% 이상을 지급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총괄이 SM 지분율을 떨어뜨리면서도 인세 수취는 계속 상승하는 데 이 총괄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크기획에 대한 SM의 비용 지불 대금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KB운용이 주주서한을 보낸 후에도 SM은 올해 3분기 라이크기획에 전년동기 대비보다 3% 늘어난 100억5000만원 가량의 영업비용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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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SM엔터는 KB운용의 공개 주주제안 이후 대형 로펌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했다. 지주회사 전환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증권가에서는 지난 하반기부터 높아진 주주들의 비핵심 자회사 정리 등 주주 행동주의를 통한 이익 개선 기대감이 주주총회까지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SM엔터의 주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년 전부터 SM이 일본 진출할 때 일본 기업이랑 JV 맺어서 수익 배분을 해왔는데, 이 JV에 경영진 특정 개인의 지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수익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며 "라이크 기획을 합병하라 수준의 주주 목소리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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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