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통합ㆍ매트릭스 재편ㆍ차기 리더 양성 등 현안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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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두 번째 3년의 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용비리 혐의 재판 1심에서 우려하는 법정구속을 피하고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면서 회장직을 유지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 우선 제거됐다.
그러나 임기유지 가능성만으로 한숨을 돌리기에는 지금 신한금융지주가 처한 상황이 적잖은 위기국면이다. 당장 10년만의 금융 역성장기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진출과 인수합병(M&A)으로 펼쳐놓은 외연의 내실도 다져야 한다. 세대교체와 차기리더 육성 역시 조 회장에게 남은 과제다. 신한금융투자의 라임운용 사태로 땅에 떨어진 금융그룹 전반의 평판관리도 해결해야 한다.
조 회장 신년사서 사라진 '확장 본능'
조용병 회장이 지난 2일 시무식에서 내놓은 2020년 신년사는 이전의 취임사ㆍ신년사와는 다른 메시지가 담겼다. 이 신년사는 조 회장이 지주 이사회로부터 연임 추천을 받고 내놓은 첫 대외 메시지다. 검찰로부터 채용비리 혐의로 실형을 구형받은 상황에서 그린 경영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과거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확장'을 화두로 삼아왔다.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 '글로컬라이제이션'(세계화와 현지화 동시 추구), '원 신한'(매트릭스 조직 기반 시너지 확대) 등이 그간 조 회장이 내놓은 주요 키워드였다.
그러나 2020년 신년사에서 조 회장은 '일류신한'을 새 화두로 던졌다. '금융보국(金融報國)', '나라를 위한 은행'을 언급하며 본문의 첫 주제로 '고객과 사회의 절대적인 신뢰'를 꼽았다.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과 주주,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가치를 높이자고 강조했다.
그간 강조해왔던 다른 가치들은 '개방성'으로 압축했다. 디지털 혁신, M&A, 개방형 인재 채용 등을 하나로 묶었다. 그간 강조해왔던 '글로벌'은 '혁신'을 강조하며 수사적으로 두 번 사용했을 뿐이다.
이전에 비하면 확연히 톤이 달랐다는 게 금융권의 진단이다. 지난해 불완전판매로 금융권이 홍역을 앓은데다 재판 과정에서 '공정함'에 대한 공방이 이뤄진만큼, 사회 책임ㆍ고객 신뢰가 조 회장의 우선순위가 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완의 오렌지라이프 PMI...보험부문 통합 시급
실제로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당분간 외연 확장보다 내부 정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3년간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하며 손해보험을 제외한 포트폴리오 진용을 갖췄다.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34%, 글로벌 부문 비중은 10%로 커졌다.
내부적으로는 '교통 정리'가 덜 된 상황이다. 가장 시급한 화두 중 하나로는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보험의 통합이 꼽힌다.
방카슈랑스 25%룰(은행에서 계열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면 안되는 규제)이나, 지급여력(RBC)비율이 230%대까지 떨어진 신한생명보험의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 자본확충을 감안하면 가급적 빠르게 합병이 이뤄져야할 거란 평가다.
양사 합병은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노조의 반발로 그간 진척을 내지 못해왔다. 신한금융은 최근에야 오렌지라이프의 100% 자회사 절차를 밟고 있다. 21일 기준 오렌지라이프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금액은 2350억여원으로 계약해지 기준(5000억원)을 넘지 않았다. 주식 교환은 예정대로 이달 말 이뤄지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진정한 PMI는 양사 합병 이후라고 지적한다. 이미 오렌지라이프에서는 핵심 영업인력인 남성 설계사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남성 설계사 수는 지난해 10월말 현재 3452명으로 3년 전 대비 350여명 줄었다. 여성 설계사 위주 조직인 신한생명과 통합 후 영업조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통합 보험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위기의 '원(One) 신한'?...매트릭스 조직 손질 필요성 부각
조 회장이 도입해 의욕적으로 키우고 있는 그룹 내 매트릭스 조직 역시 손질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하반기 신한금융투자가 개발ㆍ소싱(sourcing;발굴)한 일부 상품이 PWM 복합점포에서 판매됐다가 은행 고객들이 손해를 보기도 했다.
현행 신한금융 매트릭스 조직 내에서 매트릭스 부문장은 지주 부사장ㆍ은행 부행장급 직위를 가지고,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권한을 나눠 가진다. 권한이 분산되다보니 책임 소재가 명확치 않고, 리더 간 협력보다는 견제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현 체제의 단점으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 상품 소싱 실패의 책임을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에게 모두 떠넘기는 건 불합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겸임하는 정운진 GIB사업부문장과 왕미화 WM사업부문장의 역할론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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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경우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나 지주ㆍ은행의 해당 부문 총책임자를 매트릭스 조직 부문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예컨데 KB금융에선 자본시장 부문장과 상업투자은행(CIB) 부문장이 곧 KB증권의 두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신한금융과 비슷한 이슈가 불거졌을 경우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
조 회장은 '지주 부사장ㆍ은행 부행장→그룹 매트릭스 부문장→계열사 대표이사'를 리더 양성의 코스로 삼고 있다. 매트릭스 부문장과 계열사 대표이사의 격을 비슷하게 맞추는 일은 지난 3년간 확립한 인사 정책의 큰 틀을 다시 바꾸는 일이다.
차기 리더 양성 필요성...올해 말 인사 주목
결국 이 이슈는 차기 리더 양성 과정과도 직결된다.
신한 사태와 한동우 전 회장 임기를 거치며 신한금융의 인재 풀(pool)은 상당 부분 고갈됐다는 평가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세대교체의 틀을 만드는 것 역시 조 회장에게 남겨진 과제다.
지난해 말 지주 이사회로부터 연임 추천을 받은 직후 조 회장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통해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대부분 유임시켰지만, 지주 임원 및 은행 부행장급 인사에는 1963년~1966년생 신진 인사를 대거 승진시킨 것이다.
신한금융의 차기를 이끌어갈 리더를 선별하는 필수적인 과정이었지만, 이로 인해 당장의 전력 누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신한금융지주 임원진의 '맏형'이 브랜드홍보를 총괄(CPRO)하는 이병철 부사장인 상황이다. 핵심 요직인 전략총괄(CSO)과 최근 중요성이 커진 리스크관리총괄(CRO)은 갓 상무를 단 1965년, 1966년생 신진 인사들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행장으로 취임한지 이제 만 1년을 채운데다, 신한은행 역시 고참급 부행장들이 퇴진하고 1963년생~1965년생 부행장ㆍ부행장보를 전진 배치시키는 인사를 진행했다.
이는 조 회장의 첫 임기 3년간 불가피한 일이기도 했다. 전임 회장 및 행장이 임명한 인사들의 임기가 끝나고, 조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이 포진하며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 금융산업 업황 전망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저금리와 규제로 금융권은 올해 10년만의 첫 역성장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새로 발탁한 차기 리더들과 함께 출항하자마자 거센 태풍을 만나게 되는 격이다.
지난해 말 부행장ㆍ임원급 발탁 인사의 결과는 올해 실적으로 돌아온다. 올해 말엔 지난해 말 대거 연임시킨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임기 만료도 한꺼번에 돌아온다. 이때 조 회장이 발탁할 최고경영자들은 조 회장의 남은 임기를 함께하며 실적을 만들고, 향후 차기 회장 후보로도 올라서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의 앞으로의 3년 역시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조 회장도 외연 확장보다는 내부 관리와 인재 양성에 더 방점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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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22일 16: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