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매수 국면 증시에 '신종 코로나'가 매도 방아쇠 당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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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 지역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우려로 인해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이전의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SARS)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때처럼 단기간의 마찰적 조정 뒤 반등이 올 거라는 게 '대세론'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낙관만 하기엔 부정적인 재료들이 너무 많이 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강세인 달러화, 유럽연합(EU)으로 확전되고 있는 미국의 무역분쟁,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이탈 움직임이 핵심이다.
'국내 증시 재평가'의 꿈에 가득차있다 갑자기 맞닥뜨린 지난 2018년 2월의 폭락장이 올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9% 급락한 2176.72로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이 장 시작부터 줄기차게 매물을 내놨고, 여기에 장 초반 잠시 매수 주체로 나섰던 국내 기관마저 순매도로 돌아서며 낙폭이 커졌다. 이날 하루동안 외국인은 5235억원을, 기관은 1923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만 순매수에 나서 6688억원 어치의 매물을 받아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04% 급락한 664.7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일부 방역ㆍ소독ㆍ백신 관련 기업이 '신종 코로나 테마'를 타고 급등하기도 했으니, 전체 상장 1350개 종목 중 1135개 종목이 하락 마감하며 전체적으로는 큰 폭의 하락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5% 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그룹 계열 상장사들은 2~4%의 낙폭을 기록했다. 셀트리온그룹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에 우한시와 현지법인 설립 및 12만리터급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을 건설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3년 사스ㆍ2015년 메르스 등 이전의 감염 사태에서 코스피지수는 사태 악화 이후 한달여 간 5~10%가량 조정을 받았다가 이후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이번 증시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과연 이번 증시 급락이 '일시적 이벤트'(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단기간의 조정 국면일까.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담당 임원은 "뺨 맞고 싶은데 신종 코로나가 빌미를 줬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증시는 명백한 과매수 신호를 보여왔는데, 이번 이슈를 계기로 악재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게 될 거란 말이다.
당장 그간 국내 증시를 견인해 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우려된다. 글로벌 증시의 코리아 인베스터(한국시장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중국 경기 하강'을 '한국 증시 매도'의 신호로 삼아왔다. 당장 중국의 1월 국내 물동량이 전년대비 20% 이상 줄어드는 등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경기 침체가 현실화한 상황이다.
중국은 춘절 연휴를 2월 초까지 일주일 연장했는데, 이는 중국 제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거란 지적이다. 연휴 연장은 소비로 이어져야 호재로 인식할 수 있는데, 현재 중국 국내에서는 쇼핑은커녕 정부에서 춘절 기간 친척집 방문까지 자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고, 이는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국내 경기에도 영향을 줄 거란 분석이다.
지난 2년간 국내 증시의 최대 리스크였던 미국의 무역분쟁도 관건이다. 미국은 현재 EU를 타깃으로 삼아 점차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동차 관세는 빌미일 뿐, 결국은 '에너지 전쟁'으로 번질거라는 게 주요 금융사 투자전략 담당자들의 전망이다.
현재 러시아는 독일을 비롯한 EU 주요국가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수출하기 위해 초대형 가스관인 '노드스트림2'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드스트림'의 확장 라인이다. 올해 완공 예정으로, 완공시 현재 연 550억입방미터(㎥)인 가스 공급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노드스트림2 가스관 건설 관련 기업들을 경제적으로 제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를 안보 차원의 문제로 다루며 EU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셰일가스를 수입해야 한다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EU 무역적자는 연간 1500억달러 규모다.
국내 증시 강세 전환의 핵심 척도 중 하나는 환율이다. 국내 증시 상승세가 계속되려면 원화 강세ㆍ달러 약세 추세가 확인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큰 이견이 없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다시 1200원선에 근접하고 있고, 위안-달러 환율도 1단계 무역 분쟁이 발발했던 달러당 6.97위안선으로 되돌아갔다.
국내 몇몇 리서치센터들도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고 있다. KB증권은 28일 "당분간은 조급하기보단 과매수 해소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코멘트했다. 같은 날 NH투자증권은 "추가 낙폭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 초입이라는 점에서 해당 재료를 소화할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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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28일 16: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