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선임 요건 충족, 조원태 회장 해임 시도도 가능
조 회장, 소액주주 표심 잡기 총력 기울여야 방어 가능
명분 잃은 KCGI, “성장 전략, 비전 제시 수반해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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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반도그룹이 시장의 예상대로 연합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공식화했다. 단독으로 이사 선임을 추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춤과 동시에, 조원태 회장을 이사진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특별결의 요건에 근접했다.
31일 KCGI(그레이스홀딩스)는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그룹 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에 대해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조현아 전 부사장-KCGI 연합의 보유주식은 총 32%를 넘으면서, 조원태-델타항공 연합의 지분율은 14%를 크게 앞서게 됐다.
오는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의 최대 사안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여부다.
사내이사 선임 요건은 일반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체 주식수의 절반이 주총에 참석하고, 이중 50%가 동의해야 안건이 가결된다. 따라서 이번 주식공동보유로 인해 조현아-KCGI 연합은 추천 사내이사를 기타 주주들의 동의 없이도 선임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들은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반대, 저지할 수 있는 일정수준의 요건도 갖춘것으로 보인다. 전체주식의 30%가 넘는 지분이 반대표를 행사하게 된다면, 50%의 찬성표를 받아야 하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우호지분을 끌어모으고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아내야한다.
행여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난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조현아-KCGI의 연합은 최대주주로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이사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이사 해임요건은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에 해당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식 수의 66.7%가 동의하고, 전체 주식의 33.3%가 찬성하면 이사 해임이 가능하다.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KCGI 연합의 지분율이 32%인 점을 고려하면 1% 남짓의 지분만 더 확보하면 가능하다. 분산돼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일부만 동조해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세 주주의 연합은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경영효율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에 공감 ▲한진그룹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협력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등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 및 해외투자자,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일이 필수불가결하게 됐다. 조 회장은 중국 우한 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조치로 우한 발 전세기에 탑승 했을 정도로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최대한 모으는 것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KCGI는 과거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오너일가의 전횡에 맞서겠다는 명분을 잃게 됐다. 향후 명확한 기업가치 또는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비롯한 투자자 설득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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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1월 31일 18: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