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지분가치 2조5000억원대
세율 50% 적용…상속세 조 단위 훌쩍 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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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연내 목표로 추진됐던 태광실업의 기업공개(IPO)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휴켐스 등 자회사 매각 작업도 당분간은 진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연차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을 오너일가의 고민은 앞으로 상속세 납부로 향하게 될 전망이다.
태광실업의 IPO는 올해 예상된 주식자본시장(ECM) 거래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였다. 지난해 매각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참여한 증권사들이 제시한 태광실업의 기업가치는 5조원 내외다. 고(故)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지분율은 55.4%로 추산된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2조5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태광실업의 IPO는 박 회장의 현금 마련 등의 목적으로 진행됐던 거래였기 때문에, 구주매출 규모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선 다소 잡음이 발생했다. 지병을 앓고 있던 박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됐어야 하지만 IPO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말 주관사단은 해외 계열사 실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복잡한 지분 및 거래 관계 등 풀어내야 할 문제점들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IPO 작업이 지난해 말부터 내부적으로는 잠정 중단됐다”며 “박 회장의 별세로 인해 IPO를 추진할 유인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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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수 조원대에 이르는 상속세 납부가 새로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연차 회장은 배우자와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있다. 지난해 추산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박 회장의 지분가치는 2조5000억원, 여기에 세율 50%를 적용하면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다. 태광실업이 비상장회사인 점을 고려하면 상속세로 주식으로 납부하는 현물납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연차 회장은 수년 전 태광실업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은 나이키로부터 수익성이 높은 피혁제품을 수주 받아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로 태광실업과 유사한 사업군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과 논의가 오가기도 했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시 거론된 회사의 기업가치는 3조원가량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IPO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이전인 지난해 초까지도 국내 초대형 사모펀드(PEF)가 원매자로 거론된 바 있다.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전략적투자자(SI) 또는 사모펀드 등에 지분 매각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는 평가다.
박연차 회장이 직접 태광실업을 이끌었던 최근까지도 박 회장 부재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룹 내 박 회장의 존재감이 막강했고, 대외 영업 활동에 있어서도 어떤 실무진 보다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다만 박 회장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명확한 후계구도가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장남이자 2대주주인 박주환 기획조정실장은 박연차 회장만큼 역량을 발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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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0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