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성장 견인했지만 내부조직 불만 거론
실적보다는 조직 관리 역량에 주안점 둔 글로벌 본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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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EY한영 대표가 중도 사임하며 투자업계에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4대 회계법인 중에서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만큼 의아한 시선도 있지만 조직 안팎에선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안팎에서는 서 대표의 불도저식 추진력이 성과를 내는 이면에 조직원의 피로감이 커졌고 인력 유출도 이어졌다는 언급들이 줄잇고 있다.
글로벌 본사에서도 조직 안정을 위해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진석 대표는 지난 9일 밤 파트너들에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표명했다. 2015년 4월 취임한 후 2018년 연임에 성공해 아직 임기가 1년여 가까이 남은 시점이다. 서 대표의 사임은 7일 파트너 전체회의를 통해 정해졌다.
EY한영 관계자는 "급작스레 결정된 인사라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EY한영 내부에선 서진석 대표의 '불통 경영'과 그에 지친 조직원들의 불만으로 야기된 사건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승계 논의 없이 물러났다는 점에서 용퇴보다는 타의에 의한 결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진석 대표의 저돌적인 경영 방식은 EY한영의 급성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년 4위 이미지였지만 해가 갈수록 2~3위권과 경쟁할 수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2018사업연도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취임 일성으로 외쳤던 ‘2020년 매출 5000억원, 전문인력 4000명 달성’을 이룰 거란 업계 내 기대감도 있었다.
구성원들도 회사의 성장세를 반겼다. 연임에 성공할 당시 내부에선 '조금은 고되지만 더 나아가겠다는 조직원들의 뜻'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갈수록 조직원들의 피로감은 커졌다. 서 대표 체제 아래에서 파트너들은 '저성과자는 퇴출'이라는 차가운 공기 속에 실적 압박에 시달려 왔고, 젊은 인력들은 고강도 업무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언급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성과가 많은 주니어 인력의 줄사퇴가 이어졌다.
특히 서진석 대표는 비용 증가로 인력 확보가 난관에 부딪히자 일부 임직원에 근로시간을 축소해 신고하도록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동법 위반 소지도 거론된다. 사임의 결정적인 트리거가 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임직원들이 EY 글로벌 본사에 서 대표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본사도 이를 우려해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EY한영은 지난해 임직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EY한영의 한 파트너는 “회계법인의 가장 큰 특징은 파트너십인데 서 대표는 그동안 불통에 가까운 경영 방식으로 주식회사의 오너에 가까운 행세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저연차 직원들이 EY글로벌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등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역할을 자처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간 회계법인들 사이에서는 EY한영이 외형성장을 이룬 만큼 내실도 다졌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현 체제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 한영이 ‘성장의 그림자’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서진석 대표의 과감한 인재영입으로 조직도 함께 커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 우려, 커진 만큼 얼마나 내실을 다지느냐가 서 대표의 과제였다"면서 "결과적으로 서 대표는 내부 갈등도 봉합하지 못했고 내실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회계법인 본사의 인사 방침이 '실적'보다는 '조직 관리 역량'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음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달리 말해 이번 사태가 국내 다른 대형 회계법인들의 경영진에 대한 글로벌 본사의 태도와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과거 삼일회계법인도 노동조합 결성 취지로 임직원들이 본사에 투서를 보내 조직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진석 대표 사임 이후 누가 혼란을 수습할 것이냐 하는 부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EY한영은 오는 12일 사원총회(파트너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분간 임시 대표 체제를 유지하되 그 이후를 이끌 대표 선임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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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10일 17: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