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탈 반영 못해…업황부진·우한폐렴에 수요↓
공매도 물량 전반기代 3배…주가하락 시그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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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등 외부 이벤트 영향으로 한진칼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공매도 잔고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자금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사태 등으로 인해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올 상반기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며 한진칼 주가는 여전히 상승 추세다. 정기 주주총회를 전후해 경영권 분쟁 이벤트가 끝나는 순간, 주가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진칼의 주가는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등장한 7월 이후 2만원대에서 꾸준히 올라 현재 4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장중 한때 5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반면 공매도 잔고수량은 지난해 7월부터 증가 추세다. 이후 현재까지 반 년간 두 배로 늘었다. 잠시 소강국면을 거친 이후 조 회장이 어머니(이명희 고문)의 집에서 소동을 일으켰던 12월 말 이후부터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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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내 경영권 분쟁 이슈가 주가 고공행진에 불을 당긴 듯 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한 4월 말 회장 자리에 오른 조 회장은 6월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 4.3%를 인수해준 덕에 우호지분을 33%까지 확대한 후 KCGI와의 공수싸움을 본격화했다.
경영권 분쟁의 도화선이 된 '한진 크리스마스 소동' 이후 조 회장과 이 고문의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난 2일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경영권 분쟁 이벤트는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펀더멘탈과도 완전히 분리돼있다. 당장 한진칼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올해 상반기 실적 전망은 '참혹하다'라고 할 수준이다. 항공운송업의 업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고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로 인한 여행 수요 부진이 다가오고 있다. 당장 1분기가 문제가 아니다. 2분기 예약률도 기대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미 대한항공은 2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6.4% 감소한 2909억원을, 매출은 2.8% 감소한 1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전년대비 4634억원 늘어난 5708억원이다.
올해 항공운송업의 업황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한진칼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운송업을 영위하고 있어 계열사로서의 비중이 매우 크다. 그러나 환율과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영업수익성은 저하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화물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매출 외형이 역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신규 장거리기재 30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점도 영업현금창출력을 저하시켜 차입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고정비는 늘어나는데 매출 확대의 기반인 항공여객 수요는 떨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초부터 우한폐렴 우려가 확산되며 여행심리가 저하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노재팬(No Japan)' 기조에 따른 일본 노선 수요 감소에 이어 중국 노선 축소를 감행한 데 따르는 비용부담을 져야하는 상황이다. 2003년 사스(SARS)가 발병했을 당시에도 4~6월 3개월간 중화권 입출국자가 약 45% 정도 감소한 점을 감안할 때 피해가 작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다.
이와 관련해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노선 이용객이 급감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항공여객 수요가 저하될 수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될 지 여부와 더불어 각 항공사의 대응능력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은 최근 공매도 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2월 63만7000주 수준이었으나 지난 4일 기준 226만4300주 정도로 3배나 늘어났다. 특히 최근 6개월사이 증가세가 큰 편이다.
오는 3월에 예정된 주총 이후 주가가 크게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사선임 등 경영권과 직결되는 표 대결이 끝나고 나면 경영권 분쟁은 소강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주가는 이벤트에서 벗어나 펀더멘탈로 수렴하게 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SM보단 한진칼"이라며 "이슈도 많고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흐를지도 다들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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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0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