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 낮추며 대손비용 급증
우한폐렴으로 경기 추가 침체 전망...금융사 실적'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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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도입된 금융상품에 대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9)이 가뜩이나 힘겨운 금융회사들의 실적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IFRS9은 정상 여신에도 대손충당금을 쌓게 하는 등 금융회사들의 자본건전성에 큰 영향을 주는데, 대손충당금 계산의 변수에 국내 경제성장률도 포함되는 까닭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예상보다 하향 조정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유행으로 인해 올해 1분기에는 '참담한 결과'가 나올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은행ㆍ카드 등 금융회사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국내 상위권 카드사인 삼성카드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61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 12.6%, 전분기 대비 -32.4%를 기록했다. 600억원대 후반을 예상했던 시장 컨센서스보다도 10% 이상 낮았다. 연간 순이익은 2018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대손비용을 반영한 4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였던 셈이다.
핵심 배경으로는 대손비용이 꼽힌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4분기 대손비용은 1470억여원으로 최근 3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15%, 3분기 대비 40% 넘게 급증한 수치다.
이는 한국은행이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3%로 하향조정한 여파라는 분석이다. IFRS9은 시장금리 추이 및 경제성장률 등 매크로 변수를 감안해 충당금적립률을 계산하도록 되어있는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되면 그만큼 더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구조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4분기 충당금적립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 늘었지만,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며 순이익은 32.4%나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런 영향이 삼성카드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손충당금을 반영해야 하는 금융회사 전체의 실적이 영향권이다. 특히 대손비용에 민감한 카드사와 은행이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5조7000억원 안팎이었던 은행권 대손비용은 IFRS9이 시행된 2018년 8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회계기준 변동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증가라고 평가했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며 '상시 변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당장 삼성카드만 해도 그렇다. 2018년 대손비용이 2017년 대비 55% 증가했을때 금융권에서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에도 대손비용이 두 자릿수로 늘어나며 이 판단은 다소 어긋났다. 지난해 기준 은행권 대손비용만 10조원을 넘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IFRS9으로 인한 대손비용 부담은 올해에도 금융권 실적을 괴롭힐 거라는 전망이다.
2019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2.0%였는데, 이 중 정부 기여분이 1.5%포인트였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의 75%를 차지했다는 말이다. 재정 지출로 인한 성장은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올해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한폐렴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우한폐렴으로 인해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6% 대비 2%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에서 무역의 비중이 50%, 그 중 중국과의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경제 역시 영향이 불가피할 거란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우한폐렴으로 인해 국내 연간 경제성장률이 0.1%~0.2%p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정부 성장 목표치인 연간 2.4% 성장도 힘들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 담당 연구원은 "이전에는 부실이 발생해야 충당금을 쌓았지만 IFRS9 도입 이후로는 기대신용손실모형을 통해 미리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이 모형에 금리 및 성장률이 중요한 변수로 감안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금융회사들은 실제 영업실적과는 상관없이 순이익이 줄어드는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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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