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환경 좋지만 등급 트리거는 부담
조달 수단 다양화 해 불확실성 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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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신용등급 하향이 잇따르면서 대기업들의 자금 조달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조달 환경은 나쁘지 않지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돈을 끌어오긴 부담스럽다. 차입금 활용, 재무적투자자(FI) 초빙, 기업공개, 자산 매각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움직임이 나타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0일 LG화학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주식 시장에선 신바람을 내며 시가총액 5위권으로 떠올랐지만 등급 하락을 피하진 못했다. 이 외에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현대제철, 이마트 등 시총 상위권 기업들의 등급 조정도 있었다. 대부분 사업 부진과 실적 저하가 문제가 됐다. 대규모 투자가 계획돼 있어 자금은 꾸준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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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환경은 우호적이다. 부동산 규제 풍선 효과로 기업 투자처를 찾는 은행 자금이 늘었고, 사모펀드(PEF)에도 쓰지 못한 자금이 쌓여 있다. 시장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M&A 때도 조달 규모가 큰 인수금융, 금리가 낮은 일반 기업대출 등 다양한 카드를 골라 쓸 수 있다.
웬만한 우량 기업은 원하는 만큼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상황인데 조달 방식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용등급이 걸린 재무약정조건(Covenant) 위반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등급 하락은 신뢰도 저하, 조달금리 상승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이는 비단 등급이 떨어진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작년부터 한국 기업들에 등급 하향 신호를 보냈던 만큼 여유가 있는 곳들도 먼저 나서야 한다.
신용평가사들은 갈수록 차입금 대비 현금창출력을 중시한다. 앞으로 극적인 실적 개선을 이루기 어렵다면 차입 규모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회사채 발행에서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13일 9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확정지었다. 2조원 이상의 수요가 몰리며 계획(5000억원)보다는 늘렸지만 '1조원'엔 연연하지 않았다. 단기간에 재무비율 개선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정적' 전망이 유지된 터라 수요가 있다고 무턱대고 규모를 늘릴 상황은 아니다. 회사는 금리와 용처를 따져 최적의 발행 규모를 정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큰 손인 LG디스플레이 역시 신용등급 하락 후에도 ‘부정적’ 전망이 유지됐다.
몇 년 전부터 대기업의 FI 초빙 사례가 많았다. 쉬완스나 모멘티브 M&A가 대표적이다. 당장의 부채비율엔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M&A나 신사업 추진시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다. SK그룹은 수펙스 중심으로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를 꾸렸다. 단독 투자보다는 ‘정보 통제가 가능한 외부 자금'을 활용하고 싶어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는 FI에 돈을 돌려줘야 한다. 대부분 수익률 보장 약정을 맺기 때문에 사업 부진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대기업이 진다. 때문에 FI 유치에 회의적인 곳들도 많다.
자회사 지분을 활용하는 방식도 사례가 늘고 있다. 영향력은 유지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LG화학은 알짜 배터리 사업을 분사를 고심 중인데 대형 PEF들이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100% 자회사 SK루브리컨츠 활용 카드를 다시 꺼내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있다. 조단위 투자 부담 속에 현금창출력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자금 조달 선택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 PEF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처럼 신용등급 유지 압박이 있지만 투자금이 필요한 곳들을 살피고 있다”면서도 “기업들이 과거 좋았을 때의 가치를 바라선 시장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력, 유형자산을 처분하는 방안도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사옥을 매각하거나 부동산 자산을 리츠(REITs)에 넘기는 방식이 있다. 장부에 저가로 잡혀 있는 자산을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다. 리츠에 자산을 넘기면서 임차인으로 남는 경우엔 임차료 부담이 더 줄어든다. 이마트는 계속 점포 유동화를 추진해왔고, 리츠 추진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아직 자산 처분에 보수적이거나 진행이 늦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핵심 자산이 아니라면 매각해 긍정적 효과를 거두겠다는 곳들이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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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