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해외서 잇단 비위…기업은행은 산업은행 축소판
역할 바뀌어도 힘은 여전…갑질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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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의 외화채권 발행 비리 사건을 계기로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과거 비위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으며 국가 발전에 기여해왔지만 이면엔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여전히 여러 영역에서 강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어 앞으로도 권력남용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맏이 산업은행, 수십년 일군 자금줄이 비위 수단으로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의 대표인만큼 논란에도 자주 휩싸였다. 실적을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사례가 많았다. 산업화를 이끌면서 수많은 기업들의 자금줄을 쥐락펴락했던 터라 기업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삼표는 2015년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며 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M&A실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는 M&A실이 인수금융 업무를 했었던 데다 산업은행PE도 우군으로 참여하다 보니 산업은행의 자금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전액 출자확약(LOC)한 후 추가로 유형자산 담보 외에 오너 일가 개인의 보증까지 요구하자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삼표는 민간 금융사 자금 물색에 나섰다.
금융업계의 원성은 지금도 자자하다. 일단 금리를 낮춰 주관 계약을 따낸 후 협상 과정에서 다른 조건들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세아상역의 태림포장 인수금융을 주선했는데 불편한 조건들이 오가자 경영진에선 주관사 교체 이야기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M&A에선 자금 지원 대가로 임원 승진 등 이야기가 물밑에서 오갔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금융사와 공동 주선사로 나서는 듯 하다가 차주를 압박해 슬그머니 단독 주선사 자리를 꿰차는 경우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2015년 KTB PE와 함께 신발업체 화승을 인수했다. 선제적 구조조정 명분이었는데 화승은 지난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업황 부진, 사드 보복 등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는데 산업은행 출신 인사의 비위도 도마에 올랐다. 회사를 감독해야 하는 위치였지만 업무와 관계 없는 개인적 비용을 회사에 부담시키며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산업은행 출신 인사의 낙하산 재취업이 문제되는 사례가 많았다. 2016년엔 포천파워, 강남순환도로, 서울북부고속도로 등 인프라회사에 산업은행 출신 인사가 무더기로 재취업해 구설에 올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강자인 산업은행과 이들 기업간 PF 부속 협약에 '산업은행이 추천한 자를 임원으로 선임되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자금 지원 대가로 재취업이 이뤄졌다.
과거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 사건에선 산업은행 부행장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당 거래가 문제됐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이 여파로 부행장은 내정돼 있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자리로 가지 못했고, 아래 직원들도 승진 대상에서 밀렸다.
수출입은행, 외화채 발행 잇단 잡음...기업은행은 '産銀 축소판'
수출입은행은 많게는 연 100억달러를 조달하는 외화 DCM 시장의 큰 손이었지만 주관사 선정은 투명하지 않았다.
2014년 이후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해외채 발행 설명회(IR)를 다니면서 관계가 돈독한 IB로부터 여러 편의를 제공받았고, 그 대가로 IB에 주관사 자리를 내줬다. 몇몇 담당자의 뜻에 주관사가 결정되는 구조였고,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실적이 급하다 보니 부적절한 대가 관계가 맺어졌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출입은행과 IB의 유착관계는 해외서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바클레이즈가 2009년 이후 수출입은행 등 고객사의 자녀나 인턴을 채용해준 대가로 채권 발행 주관 업무를 따냈다고 지적했다. 담당 임원의 바클레이즈 재취업도 구설에 올랐다.
한일합섬 M&A 때도 잡음이 있었다. 2007년 동양메이저가 한일합섬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자금을 빌려 LBO(Leveraged Buyout) 배임 논란이 있었던 M&A다. 거래 완료 후 자문사, 금융사 직원 등 수십 명이 중국 해남도로 건너가 자축했는데 이후 LBO 문제가 불거지며 대상자 대부분이 조사를 받았다. 시중은행들은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사나 접대를 자중하게 됐다. 그러나 당시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갔던 국책은행들은 이후에도 이런 사례가 계속됐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은 산업은행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금 선택지가 좁은 중소기업 입장에선 기업은행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다른 금융사와 관계가 있더라도 기업은행의 요구를 무시하긴 어렵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외국 투자를 받을 때는 자금을 은행에 예치해 두고 관련 행정 절차를 거친다"며 "과거 기업은행 요구로 마지못해 일을 맡겼다가 외환은행이면 두 시간에 끝날 일이 일주일 넘게 지연됐다고 하소연 하는 기업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청렴도는 매년 구설에 올랐다. 절차를 무시하고 행우회가 설립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산업은행 역시 행우회가 출자한 회사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국책은행들은 시대상과 역할이 바뀌면서도 절대적 지위를 누려 왔다. 벤처 육성, 중소기업 및 해외 진출 지원 등 새로운 역할이 더해지면 그만큼 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실적이 필요하면 기업을 닦달하고, 감시를 피해 자리를 꿰차려는 유혹을 떨치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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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1일 15:3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