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NIM 관리 비상...손해율 급락 손보주까지 주가 급락
동결 기대하던 금융사들 '올해 사업계획 다시 세워야 할 판'
-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파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당장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하며 시장금리가 초강세로 돌아섰다. 국내 기준금리는 일단 2개월간 동결될 예정이지만, 4월에라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결국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의 순이자마진(NIM)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안 그래도 올해 주요 대형 금융지주들은 10년만의 역성장을 우려하고 있는데, NIM 쇼크로 인해 이익 감소 폭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초 이후 코스피 은행업종 지수는 17.7%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 5.5%의 3배가 넘는다. '코로나 쇼크'가 증시를 덮친 24일, 은행 중심 대형금융지주의 주가 하락폭 역시 시장 평균보다 더 컸다. 24일엔 신한금융지주가 마이너스(-) 4.63%, KB금융지주가 -5.1% 하락하며 지수 하락폭(-3.8%)보다 훨씬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외국인 매도세가 반도체 업종만큼 심하진 않았지만, 매수 주체가 실종된 가운데 주가가 맥없이 미끄러졌다.
이 기간 보험주 역시 맥을 추지 못했다. 특히 손해보험주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연초 이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감했다는 '호재'에도 주가 급락세는 멈추지 않았다. 연초 이후 보험주는 -17.9% 하락했다. 에너지, 은행에 이어 업종 하락률 3위다. 가장 주가가 많이 떨어진 업종 톱(TOP) 3 중 두 업종이 금융업이다.
금융주 하락의 원인으로 저금리 리스크가 꼽힌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4~1.5%대를 오가던 국채 3년물 수익률은 26일 1.139%로 이날 하루에만 2.3% 추가 하락했다. 27일에도 추가 하락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8월 역사상 최저치(1.09%)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채권 수익률의 경우, 수요가 많으면 많을수록 금리(수익률)가 강세(하락)를 보인다. 그만큼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자금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채 10년물 수익률 역시 1.397%로 역대 최저치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국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다만 향후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미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1회 인하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올해엔 3월에 금통위가 없고 4월과 5월에 금통위가 열린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4월 인하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4월 선거를 감안해 5월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상반기 내내 지속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4월이 적기라는 평가다.
현재 시장금리 추이, 그리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난해 소폭 상승 후 안정세를 보였던 은행 NIM은 올해 다시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를 1회 추가 인하하면 국내 기준금리는 1.00%로 역사상 최저치를 갱신하게 된다. 올해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내심 기준금리 연중 동결 유지를 바랬던 국내 금융회사 입장에선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미국 기준금리 역시 인하 가능성에 시선에 쏠리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중 1차례 인하할 가능성은 CME그룹 전문가 풀(poll) 기준 24% 안팎으로 예측됐다. 지금은 1회 이상 인하 가능성이 80.1%로 껑충 뛰었다. 2회 인하 가능성은 30.1%, 3회 인하 가능성 6.2%로 측정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이로 인한 파생상품 판매 금지 처분 등으로 인해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비이자수익은 지난해 대비 침체가 예상된다. 여기에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이자이익 역시 절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운용수익률이 곧 흑자여부를 가리는 국내 보험사들은 더더욱 자산 운용처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코로나19가 자영업 경기에 더더욱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국내 은행들은 최근 3~4년간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줄이며 경쟁적으로 소상공인(SOHO;소호) 대출을 늘려왔다. 최근 소비자 경기지수 하락폭이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내수 경기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국면이다. 안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조짐이 보이던 SOHO대출 부실화가 현실화하면, 은행을 비롯해 은행 기반 대형금융지주들의 실적은 더 큰 우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DGB금융지주 주가가 1주일 사이에 12% 가까이 급락한 건 코로나19가 DGB그룹의 기반인 대구경북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데다, 소호 등 리테일 부문 익스포져(위험노출)가 이미 커질대로 커진 상태인 까닭"이라며 "금리 추세가 바뀌며 주요 금융사 전략 부문에선 올해 사업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