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주가 개선 등 주주 압박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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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인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이 주식의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시장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KT 주주들의 압박이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7일 국민연금(지분율 12.90%)은 KT의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지분을 늘리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꾸고 지분 변동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KT 포함 국내 상장사 56곳의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Silchester International Investors LLP, 이하 실체스터)가 KT 보유 지분을 기존 5.01%에서 5.20%로 늘렸다고 밝혔다. 주식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경영권에 미칠 영향은 없지만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 등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10년 동안 KT의 주요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실체스터가 주주가치 제고 압박에 나설 경우 배당과 주가 관리에 초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2011년 당시 실체스터가 KT 지분을 늘렸을 때 국내 통신주가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점, 배당성향이 높다는 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통신주는 배당이 핵심인 만큼 KT는 4%의 시가배당률로 비교적 높은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몇 년간 회사의 이익이 늘어난 만큼 배당이 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KT는 2019년 배당을 2018년과 같은 보통주 1주당 11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상태다.
KT 주가도 계속 하향세다. 2010년 6월엔 5만원대를 기록했으나 이후 2017년 3만원대, 2018년부터 2만원 후반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6월 2만8000원대였던 주가는 올해 들어 더 떨어졌다.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증시가 흔들리면서 26일 KT주가는 2만3700원을 기록했다.
실체스터는 장기 가치투자를 운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 외에 공개된 정보가 적다. 과연 행동주의 펀드처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실체스터가 알려진 건 2011년 5월 KT 주식 10만1300주를 추가 매입하며 주요 주주(지분율 5.01%)에 오르면서다. 해외 시장에서 실체스터는 ‘큰 손'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는 평가다.
다만 과거 일본 투자 사례를 고려하면 당장은 아니어도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 지방은행 등에 투자한 실체스터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실적 부진 경영진에 압박을 넣는 등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이번 실체스터의 투자목적 변경이 글로벌 투자사들의 한국 기업을 향한 적극적인 활동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배경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엘리엇매니지먼트를 필두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주목을 받았고 실체스터와 '가치주 장기투자' 철학이 유사한 미국 투자회사인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3월 현대홈쇼핑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낸 바 있다. 최근엔 스튜어드십코드 확대 등 정책 기조 아래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들도 국내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체스터의 투자 성격상 공개적으로 행동주의를 보이기보단 경영진에 비공개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지만 KT의 주가가 안좋기도 하고, 주주총회가 다가오는 시점에 지분을 늘리면서 실체스터가 주주가치 제고 위한 움직임을 보일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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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