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질책에 내년 초 연임 불투명 전망도
증권업 전문가에 시스템 빌더...'2년으론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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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전무님(2010년 당시 동양증권 IB본부장)은 대리ㆍ과장급 주니어 육성에 특히 관심이 많으셨다. 수 없이 밤을 지새며 전무님과 둘러앉아 고객사에 대해 공부하고, 솔루션(해결책)을 고안해냈다. 시스템도, 트랙레코드도 변변치 않던 작은 증권사가 리그테이블 1위까지 올랐다. 엄격하고 깐깐하셨지만 모두들 전무님을 좋아했다." (동양증권에서 주니어 시절을 보낸 한 IB 관계자)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전설적인 채권맨으로 통한다. FICC(채권ㆍ외환ㆍ원자재)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아직도 뛰어넘을 수 없는 벽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시에 김 사장은 '시스템 빌더'이기도 하다. 동양증권 시절 IB본부장을 맡아 맨 바닥에서 시니어들을 다독이고 주니어들을 키워 한때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업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주특기 업무 능력은 물론, 경영자 자질을 갖춘 올라운더(다재다능)형 인사라는 말이다.
지난해 3월 김 사장의 취임 일성도 '시스템'이었다. 김 사장은 수익ㆍ회사의 규모ㆍ존재감ㆍ영업 시스템 모든 부문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리고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고 강조했다. 영업직(RM)을 키워내 본원적 경쟁력을 갖추는 게 자본시장 탑플레이어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신한금융투자는 영업 시스템과 보고 시스템을 개편하고, 외부에서 중량있는 본부장급 인사를 영입하고, 현장 실무를 맡아줄 주니어 인력 육성에 집중했다. 2018년 신한금융투자는 전년대비 30% 이상의 이익 성장을 실현하며 최근 5년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김병철 매직'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김 사장이 부사장 시절 담당했던 운용 부문이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체질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김 사장에게 위기설이 제기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의 일이다.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지고, 그 뒤에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부서가 깊숙히 개입해있다는 것이 밝혀진 후다.
엄밀히 말하자면 김 사장은 억울한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전임 김형진 사장 시절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자격을 취득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 복합점포에서 관련 상품을 집중 판매한 것도 이 시기다. 라임사태 연관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임일우 PBS 본부장이 PBS준비팀장으로 발령난 것은 2016년 7월. 그보다도 전인 강대석 전 사장 시절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고위 임원 회의에서 김병철 사장 등 라임사태 관련 최고경영자들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사태는 벌어졌고, 누군가 수습해야 하는데, 김 사장이 현장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2018년 삼성증권 배당 사고 때 당시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의 대처와도 비교되고 있다. 당시 구 사장은 사고 발생 이틀만에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피해 투자자와 고객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후 4개월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런 행보는 오히려 여론을 삼성증권의 편으로 만들었다. 금융권에선 '구 사장이 직접 잘못한 것도 아닌데 안타깝다'는 말이 쏟아졌다.
그 사이 신한금융투자 실적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지난해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성장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올해는 더 예측이 어렵다. 평판이 훼손됐다. 신한은행은 사실상 신한금융투자를 타깃으로 삼아 영업점포 자체 미스터리쇼핑 시스템을 만들었다.
김병철 사장은 신한증권, 굿모닝신한증권을 통틀어 신한금융투자 역사상 첫 외부 출신 사장이다. 역대 사장 중 가장 전문성있는 인사라는 점은 사실이다. 비은행 부문, 특히 자본시장을 키우는 데 있어 적임자라는 점 역시 신한금융투자 안팎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적어도 3~4년은 걸린다. 김 사장이 동양증권 IB본부장이던 시절 ECM 부문 1위를 달성하는 데에도 정확히 4년이 걸렸다. 김 사장이 내년 3월로 예정된 첫 2년의 임기는 물론, 연임ㆍ재연임을 거쳐야 신한금융투자의 체질이 바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라임 사태가 이대로 지속하면 신한금융그룹 입장에서 김 사장을 끌고 가기는 어려울 거란 예상이 나온다. 누구의 책임이냐 여부를 떠나, 사태가 터진 시점의 대표이사는 김 사장인 까닭이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를 사실상 공범으로 보는 분위기이기도 해서 추후 징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증권가에 업종 전문가이자, 시스템 빌딩까지 가능한 경영자가 드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신한금융지주의 고민도 깊어갈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내부적으로도 김 사장이 2년짜리 최고경영자로 끝나는 건 매우 아쉽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스크 담당 임원은 "김병철 사장의 사과를 통해 여론을 바꿀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며 "남은 건 총수익스왑(TRS) 상환비율 등 지리한 공방 뿐인데, 최근 금융당국이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회사를 압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끝이 좋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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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