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닛케이와 인터뷰로 '구조조정' 또 강조
유통·화학BU장들 리더십 시험대 예고...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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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주력 사업들이 업황 부진, 코로나19 등 각종 대외 악재로 암초를 만났다. 관련업계에선 이들 사업 턴어라운드가 올해도 쉽진 않다는 분석과 함께 지금이 구조조정 명분을 내밀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새 판을 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각 BU장들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를 통해 역대급 구조조정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고된 구조조정이지만,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은 후 첫 인터뷰에서 강한 어조로 재차 강조한 만큼 변화 폭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화학(롯데케미칼)과 유통(롯데쇼핑)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업황 부진에 이어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를 마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은 최근 대규모 화재가 나 사실상 가동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대산공장은 영업이익률 기준 30% 비중의 캐시카우다. 화학업계는 대산공장 정상화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거라 보고 있다. 이 경우 최소 올해 2분기까지는 실적 쇼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동 리스크에 올초 코로나19로 업황 반등이 절실했던 시기에 만난 악재이기에 더욱 뼈아프다.
주식시장이 바로 반응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올 2월부터 하락세를 거듭하다 6일(17만5500원)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최고가였던 지난해 3월6일(31만5500원)과 비교해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현재 PBR 멀티플은 0.52x 수준으로 역사상 저점 수준인데, 밸류에이션이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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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매출 40% 수준을 차지하는 유통 사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롯데쇼핑은 코로나19로 유통사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 중 하나란 평가를 받는다. 유통업계는 식품·생필품 비중이 높은 이마트(쓱닷컴)나 이커머스 1위 쿠팡에 비해 패션·잡화 비중이 높은 백화점에서 주로 수익을 창출하는 롯데쇼핑의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구조조정 성사 여부가 상황을 반전시킬 유일한 카드라는 평가다. 지난달 말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데 이어 신동빈 회장도 직접 나서 강조할 만큼 롯데그룹의 부진사업 정리 의지는 강하다. 다만 경쟁사인 이마트에 비해 출발이 다소 늦은 점과 구조조정하는 사업부 외에 남은 사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살릴 것인지에 대한 방향 제시가 없는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따른다.
반면 코로나19 사태가 실적엔 타격을 입혔더라도 사업전략 기준에선 좋은 구조조정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선언한 건 잘했다고 본다. 아직 구조조정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을 갖기엔 다소 막연한 것도 사실이지만 위기일 때 한번에 부진 사업을 정리하고 조직도 개편하는 게 지금으로선 유일하면서도 강력한 반전 카드가 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신동빈 회장 개인으로서도 지금은 적기일 수 있다. 재계는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 후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더 굳건해져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도 그룹 내 원톱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지금 상황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룹 차원 기대감을 받은 각 BU장에겐 올해가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한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 부문인 유통과 화학부문에 BU장을 앉혔다. 유통BU장은 강희태 부회장이, 화학BU장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을 주축으로 두 명의 부회장, 그리고 주력사업의 BU장으로 조직 체계가 단순화하면서 이들 BU장의 입지도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BU장은 그룹 내 권한이 커진 만큼 신 회장에 구조조정과 실적 개선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과 부담감도 커졌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많은 사업 부문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런 경쟁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경영진들에 이례적인 쓴소리를 한 바 있다. 그룹 양축 사업 수장들 사이의 내부 경쟁도 시작됐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당장 단기 실적 회복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에서 ‘색깔 없다’는 그간의 이미지를 변신시킬 수 있는지가 우선적인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신 회장에게 경영능력을 입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꺼낼 추가 카드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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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06일 15:3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