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 작년부터 PEF 놓고 저울질…가치 상승에도 영향
업계 통합, 외부 위탁 증가 등 장기적으로 긍정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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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가 한국콜마의 제약사업 인수에 나선 가운데 너무 비싼 가격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고부가가치 제품군이 많지 않아 글로벌 유력회사와 같은 높은 거래 배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쟁 과정에서 몸값이 높아진 터라 투자회수 때 부담이 될 것이란 예상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25일 M&A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최근 한국콜마의 제약사업과 위탁생산(CMO) 사업을 하는 계열사 콜마파마를 인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한국콜마홀딩스와 체결하고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이다.
IMM PE는 해당 사업들의 가치로 7500억원가량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제약사업과 콜마파마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4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이 경우 EBITDA 대비 기업가치는 20배에 가까워진다.
주력 제품군이나 사업 구조를 감안하면 20배에 달하는 배수는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콜마의 제약사업은 한미약품, 동화약품, 삼아제약 등 고객들의 연고크림제, 내용액제 등을 수탁생산하고 있다. 콜마파마도 동아제약, 안국약품 등의 비타민제, 피부질환치료제 등을 생산한다. 장기 계약이 맺어져 있어 안정적이지만 케미컬(합성)의약품 중심이다보니 부가가치는 높지 않다. 일반 제조기업 성격도 강하기 때문에 그와 유사한 가치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CMO 산업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한국콜마가 CMO 1위이긴 하지만 케미컬의약품은 바이오시밀러만큼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하지 않다. 국내에만 중소업체 포함 300곳 가까운 위탁생산 업체가 있다. 경쟁 강도가 낮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제약담당 연구원은 “한국콜마 CMO가 바이오시밀러보다 합성의약품 위주로 되어 있어 고부가가치 사업은 아니다”며 “EBITDA가 500억원이라 쳐도 배수가 15배에 달해 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CMO는 스위스 론자(LONZA) 등 글로벌 회사가 주요 비교 그룹인데 콜마의 CMO 사업이 EV/EBITDA 배수가 20배 가까운 론자와 비슷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부터 바이아웃 거래에 나설 역량이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4~5곳을 대상으로 제약사업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룹 내부에서도 여러 팀이 다양한 구조로 시장에 인수 의향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운용사들이 기대를 드러냈지만 승리는 IMM PE에 돌아갔다. 결국 IMM PE가 가장 높은 가격 조건을 써냈기 때문일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성과를 거두지 못한 운용사에선 IMM PE를 따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위기도 있었다. IMM PE의 회수 부담은 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M&A 업계 관계자는 “한국콜마가 운용사들마다 별도로 협상을 진행했는데 ‘다 잡은 고기’라고 생각했다가 IMM PE의 인수 소식에 허탈해 했던 곳도 있었다”며 “경쟁자들끼리 가격을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곳이 거래를 가져간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정부가 중소 업체 통합을 꾀하고 있어 1위 사업자에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현금 창출력 외에 라이선스 가치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에서 연구개발(R&D)과 생산을 분리하려는 기조가 강화하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현금 창출력만 생각하면 비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부의 승인과 설비를 꾸리기까지의 시간을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달리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IMM PE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R&D에 집중하면서 생산은 점점 외부에 늘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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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2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