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올려도 회수 불투명…리캡 이어질 듯
리캡 추진 쉬워졌지만 금융사들 불편한 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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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M&A 시장은 경기 침체에 우한 코로나(코로나19)까지 겹치며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들이 투자 기업의 가치를 높여놔도 투자 회수를 낙관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이다. 반면 금리는 떨어지고 금융사들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인수금융 규모를 늘려 투자자 배당을 제공하고 대출금리는 낮추는 자본재구성(리캡, Recapitalization)으로 성과를 내려는 시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앤컴퍼니는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삼아 조단위 쌍용양회공업 인수금융 리캡을 추진하고 있다. 3월 중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할 전망이다. 2016년 쌍용양회 경영권을 인수한 후 2018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리캡이다.
IMM PE도 올해 세 번째 할리스커피(법인명 할리스에프앤비) 인수금융 리캡을 했다. 2013년 인수 후 2016년, 2017년에 리캡을 단행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주선을 맡았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최근 삼성증권을 통해 버거킹 인수금융 리캡을 마무리했다. 2016년 상반기에 인수한 후 3년여 만이다. 차입 규모를 처음보다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리캡은 포트폴리오 기업 가치가 높아져야 가능하다. 2013년 2254억원이던 쌍용양회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8년 382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할리스에프앤비의 EBITDA 역시 100억원에서 261억원으로 증가했다. 버거킹은 어피너티가 인수한 후 매장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M&A 시장도 위축돼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자산 매각 등 긴축에 들어갔다.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우한 코로나 사태까지 겹쳤다. M&A 관련 미팅이나 실사가 어려워졌다. 대상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와 가격은 꺾일 수밖에 없다. M&A 자문사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며 한숨짓고 있다. 드라이파우더가 많지만 운용사들도 지난 수년간의 고밸류 투자 기조를 우려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경영권 매각과 같은 큰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보니 운용사들은 보다 쉬운 선택지인 리캡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출자자들에 배당을 제공하면서 면을 세우고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
리캡을 추진할 금융 환경은 나쁘지 않다. 시장 금리는 매년 바닥을 갱신하고 있다. 운용사들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고라도 차입을 새로 일으킬 여유가 생겼다. 올해만 해도 인수금융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급) 5년물 금리가 1.628%로 시작했는데, 지난 26일엔 1.428%로 두 달 만에 0.2%포인트나 빠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다음엔 인하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수금융 주선을 따려는 은행과 증권사들간의 경쟁도 여전하다. 실적 목표가 높은 증권사는 물론,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은행들도 인수금융 업무를 도외시하기 어렵다. 이제는 ‘정말 리캡을 할 곳이 없다’는 푸념 속을 하지만 실제로 거래를 따내려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작년만 해도 업계에서는 지탄의 대상이 됐던 3%대 금리는 올해부터는 당연해질 전망이다. 거래 종결을 앞둔 SKC코오롱PI M&A에선 선순위 인수금융 금리가 은행채5년물+2.51%로 정해졌다.
다만 우려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한 시중은행 인수금융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 기업의 실적을 잘 다져놨고 금융사들도 욕심이 나다보니 리캡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잦은 리캡이 추후 회사나 운용사에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는 따져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리캡으로 회수를 앞당기면 내부수익률(IRR)이 올라가고 운용사가 성과 보수를 더 가져갈 여지가 생긴다”며 “이런 효과를 LP들이 반기는 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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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