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직접렌탈 사업 확대 '포석'…이자수익은 덤
경쟁 입찰 방식…"파트너십 아닌 것 아쉬워"
-
신한카드가 수익성 확보에 절차부심하고 있다. 최근엔 기업고객 대상(B2B) 직접렌탈 사업을 확장하려는 모양새다. 최근 5000억원 규모의 현대캐피탈의 장기렌터카 자산을 인수하기로 한 건 이 일환이라는 평가다.
이번 인수는 입찰을 통해 진행됐다. 현대캐피탈과 신한카드의 파트너십이 아닌, 일시적 자산 처분 거래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렌탈 자산을 줄여야했던 현대캐피탈과 B2B 부문 자산 확보를 통해 수익성 증대를 노리던 신한카드의 이해관계가 잠시 맞아떨어진 것이다.
9일 신한지주는 자회사 신한카드가 현대캐피탈의 장기렌터카 자산을 5000억원 이내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자산은 현대캐피탈이 고객에게 빌려준 렌터카 자산으로 관련 수익은 '이자수익'으로 인식된다. 계약완료 예정일은 27일로 고객 동의 여부에 따라 인수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신한카드는 현대캐피탈 장기렌터카 리스채권 뿐만 아니라 리스물건까지 동시에 양도했다. 리스채권과 리스물건을 동시에 양도하는 경우엔 리스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인수는 신한카드가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B2B 직접대출 사업의 본격적인 확대 행보라는 분석이다.
신한카드는 최근 B2B 관련 렌털ㆍ리스자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소형 대형렌털사가 과점하고 있는 B2B 렌털시장을 카드사에도 허용해 준 덕이다. 신한카드의 리스자산은 2017년 1000억원대 초반에서 2018년 3600억원대까지 증가한 뒤 지난해 3분기 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금융과 연관되어 있다. 또한 지난해 1월부터 신한카드는 렌탈사업팀을 꾸려 '마이렌탈몰'이란 렌터카 관련 플랫폼을 두 차례 업그레이드하는 등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신한카드가 인수한 리스물건을 B2B 사업에 활용할 가능성이 부상했다.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로부터 매년 1조원 가량의 리스자산을 매입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번에 인수한 리스물건은 대부분 두 기업의 차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카드의 렌털ㆍ리스 자산 확대는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이후 카드사들의 수수료수익 증가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약 74%까지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주로 마케팅비용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으로 결제·대출부문 실적 하방 압력을 견뎌냈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부문의 첨병이기도 하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 금융사고에 휘말리며 뒷걸음질 치고 있는데다, 오렌지라이프도 경영권 인수 이후 순이익 규모가 하락 추세다. 올해 은행 영업환경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수익을 내줄만한 비은행 계열사는 카드 정도다. 신한카드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선 신한카드의 과잉 자본을 감자 형식으로 환수해 타 계열사에 뿌려주는 '자본 재조정'(Recapitalization)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카드가 더 이상 성장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한카드 입장에선 자동차금융 부문은 이미 1위인데다 소매 부문은 성장이 만만치 않은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B2B 기반 렌털ㆍ리스 등 나름 신사업인 부문으로 자산을 확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인수는 입찰 경쟁을 통해 진행됐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기업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복수의 업체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0일 14:5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