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모집 대행사 통한 표심 경쟁 주목
무리수 두면 공격 빌미…움직임 제약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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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회장 측과 KCGI·조현아·반도건설 연합의 표대결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백중세인 가운데 기존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
한진칼은 오는 27일 주총을 열어 조원태 회장 등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안을 논의한다. 어느 쪽도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아울러 양측이 올해 늘린 지분은 이번 주총에 영향력이 없다.
결국 기존에 의결권을 확보한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얼마나 얻느냐 싸움으로 귀결된다. 이에 한진칼과 KCGI도 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일엔 양측모두 참고서류를 통해 주주들에 의결권을 위임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표심이 움직일지 불투명하다.
이미 일부 소액주주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며 세력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명분 싸움'보다는 '실리'를 찾는 싸움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회사나 KCGI도 직접 소액주주들을 찾는 편이 효과적이다.
이러다보니 소액주주들을 찾거나 모아서 의결권 위임권유를 대신해주는 이른바 '대행사'들의 모습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대행사들은 2017년 불참한 주주들도 주총서 나온 찬반비율 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섀도보팅(Shadow voting)이 폐지된 후 활동이 잦아졌다. 이에 따라 필요한 측에서 주주총회 정족수 확보나, 표싸움을 대비하기 위해 대행사를 고용한다. 주로 컨설팅사 유사한 소기업으로 네트워크가 중요한 특성상 종교인이나 보험모집인 등이 관계되는 경우도 있다. 팀스나 로코모티브 등 업체가 있는데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팀스에 일을 맡겨 왔다.
KCGI 연합의 경우 한표가 아쉽다보니 대행사의 조력 여부가 거론된다. 실제로 올해 들어 몇몇 업체가 KCGI 연합 자문사 측에 서신을 보내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오는 일을 맡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정보 접근이나 조직활용도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회사인 한진칼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KCGI가 대한항공 직원의 한진칼 파견을 문제삼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됐다.
다만 한진칼이든, KCGI든 대행사를 고용해 소액주주 모집 '의뢰'를 맡기는데 대한 법적인 부담도 큰 편이다. 대행사나 소액주주들이 요구할 '대가'에 대한 부담이나 위법성이 문제될 수 있다.
주총을 앞두고 이번처럼 소액주주의 몸값이 뛴 사례는 드물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당시 삼성 직원들이 수박을 들고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닌 이력 정도가 그나마 최근의 일이다.
당연히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본인에게 최대 이익이 되는 주판알을 튕길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누가 한진칼의 기업가치를 높여줄 것이냐"에 국한되지 않고 "표를 몰아줬을 때 돌아오는 반대급부가 무엇이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사례로 '소액주주 모집' 의뢰를 받은 대행사가 금품을 제공하거나 위법한 제안을 할 경우. 이런 사례가 혹시 대외에 공개되면 상대편에 엄청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위법 소지도 적지 않다. 엄밀하게는 회사 직원이든 대행사든 재산상 이익을 주고 의결권을 받아오면 상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한 상장기업은 대행사가 위임을 받아오는 것을 넘어 소액주주의 안건에 반대하라는 요구를 해 구설에 올랐다.
현행 규정상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유'는 주주총회 안건이 통지되고, 위임장용지 및 참고서류를 공시한 2영업일 후에야 가능하다. KCGI의 경우 이번주부터 권유에 나설 수 있다. KCGI 연합 측에서 앞서의 제안을 받은 시점에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 모집에 나섰다면 자본시장법에 저촉된다. 다만 KCGI는 법률자문사 한누리에 소액주주 의결권을 위임받는 업무를 맡겼지만, 그 외 외부 업체의 도움은 받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위임 업무를 실제 수행할 아르바이트 인력들은 모집한 바 있다.
이렇다보니 대행사들이 나서는 경우에도 '대행' 이상의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현실적으론 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식 수에 따라 수수료를 주기로 계약을 맺는 경우엔 받아온 의결권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대행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로 불법이라는 점을 문제삼아 고소 고발이 난무할 수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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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