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유·화학·유통·자동차 업종 등
"투자 감소 등 유연한 재무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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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코로나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 감소가 국내 기업들에 닥친 큰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기업들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감안하면 생산 차질보다는 수요 감소가 실적과 신용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2일 S&P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미 높은 수준인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S&P가 등급을 부여하는 한국 기업 중 약 23%가 ‘부정적’ 등급전망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항공, 정유·화학, 철강, 유통, 자동차, 전자 사업 등이 수요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S&P는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산업으로 여행, 레저, 항공 산업을 꼽았다. 항공사의 노선 감축과 운행 중단으로 지난 2월 마지막 주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6% 감소했다. S&P는 지난 7일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B-)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정유·화학 산업은 정제마진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까지 급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 확대가 우려된다. S&P는 2019년 이후 SK이노베이션(BBB/부정적), GS 칼텍스(BBB+/부정적), LG화학(BBB+/안정적)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정유·화학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정책과 수요 감소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감안할 때 향후 신용도 하방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감소로 유통업체들의 상반기 실적도 크게 부진할 전망이다. S&P는 코로나 확산 이후 한국의 2020년 GDP 성장률을 2.1%에서 1.1%로 내렸다. S&P는 지난 2월 이마트(BBB-/부정적)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수익성이 낮은 온라인 사업이 성장하겠지만 오프라인 채널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은 생산과 수요측면 모두 악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수요 측면 영향이 실적과 신용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BBB+’ 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월 국내 및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전년대비 각각 15%, 80% 급감했다. S&P는 이런 감소 추세가 국내에서 3월에도 이어진다고 예상했다. 또 핵심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도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상반기 실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는 ‘와이어링 하네스’를 중국 부품사로부터 제때 공급 받지 못해 1월말부터 일부 국내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와 건설 산업 수요둔화로 국내 철강업체들의 상반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S&P는 지난 2월5일 영업실적 부진과 재무지표 약화를 반영해 현대제철(BBB/부정적)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주요 전자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수요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현금보유고(2019년말 기준 약 90조원)와 보수적인 재무정책을 감안하면 코로나 사태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전자는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수요감소가 실적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박준홍 S&P이사는 “국내 기업들 중 올해 상반기에 실적 저하를 보이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신용등급 유지 여력이 약한 기업들은 등급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자본투자와 주주환원 규모를 줄이는 등 유연한 재무 정책적 대응은 등급평정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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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2일 18:01 게재]